MBC 노동조합이 14일 김재철 사장이 무용가 J씨(여)에게 대형 뮤지컬 등 MBC 관련 행사 제작 및 출연을 주선해 20억원이 넘는 특혜를 제공했다며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측은 특혜 의혹을 일축했으나 노조의 공세가 이날로 106일째를 맞은 파업 사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BC 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사장이 울산MBC 사장에 취임한 2005년부터 올해 3월까지 7년 간 MBC가 주최하거나 후원한 공연 가운데 J씨가 관여한 것이 27건이나 됐다"고 밝혔다. 이어 "J씨가 그 대가로 MBC에서 받은 돈은 확인된 16건에서만 총 20억 3,000만원에 달한다"면서 "실제 총 지원액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J씨는 김 사장이 울산과 청주MBC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MBC 주최 공연에 출연해 출연료로 수백만원씩 받아가다 2008년 9월 청주MBC 주최 '국궁 페스티벌'을 계기로 기획사를 직접 차려 MBC 주최 공연의 기획ㆍ제작ㆍ홍보를 통째로 수주해 수입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해 제작비를 부풀리거나 제안서와는 다르게 예산을 집행한 사례도 있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MBC가 올 초 제작비 12억원 규모의 '뮤지컬 이육사'를 만들면서 뮤지컬 제작 경험이 전혀 없는 J씨 기획사에 맡긴 것을 대표적인 특혜로 지적했다. 또 J씨 개인공연에 포스코로부터 7,000만원 협찬금을 받아 세부내역 검토도 없이 송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과정에 김 사장이 적극 개입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지난해 6월 전주대사습놀이 공연 때는 김 사장이 3억원을 협찬할 테니 J씨를 쓰고 출연료로 5,000만원을 주라고 제작진에게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밝혔다.
앞서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던 노조는 배임 액수가 5억원을 넘는 만큼 다음주 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추가로 고발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J선생은 일본에 계신 동포 무용인 가운데에는 손꼽히는 분"이라며 지원은 그의 역량과 경험 등을 두루 고려한 결과라고 해명했으나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용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J씨는 그런 대접을 받을 만큼 특출난 인물은 아니다"고 했으며, 복수의 무용 관계자도 "최승희 춤 전수자라고 얘기하고 다니는데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J씨는 과거 두차례 북한을 방문해 3시간 정도 최승희의 제자 김해춘씨를 만나 춤은 배운 게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조는 김 사장이 2010년 3월~2012년 2월까지 즈로 주말과 심야시간 대에 J씨 집 인근 주점과 음식점 등에서 총 162회에 걸쳐 2,500만원 넘게 법인카드로 결제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특수관계를 의심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진숙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이에 대해 "J씨는 그냥 김 사장의 지인일 뿐"이라며 "(해당 지역이)북한산에 등산하고 내려오는 코스일 수도 있는데 노조가 억지주장으로 무차별 난사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갈수록 의혹은 커지고 있지만 김 사장은 최근 MBC 출입 언론사들의 기자회견 요청도 거부하는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장기파업 사태를 외면해온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J씨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노조의 주장이 불법인지 경영적 판단인지를 우선 파악하는 등 사실 확인이 먼저"라며 사태수습에 뒷짐만 지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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