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창민(37ㆍ가명)씨는 2010년 봄 GS칼텍스 주유소에서 기름값을 결재하고 여행상품 즉석복권을 받았다. 긁어보니 제주도 2박3일 숙박 및 렌터카 이용권 당첨이었다. 박씨는 펜션 이용료만 해도 30만원은 넘을 텐데 횡재했다 싶어 여행사 요구대로 제세공과금 9만6,800원을 곧바로 송금했다.
하지만 박씨는 2년이 지나도록 제주 여행을 못 갔다. 성수기인 휴가철에는 아예 사용이 불가능했고, 연휴에 사용하려 해도 예약이 꽉 찼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화가 난 박씨는 최근 제세공과금 환급을 요구했으나 여행사는 환급기간(발행 후 2년)이 지났다며 거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주유소, 영화관, 편의점, 유명 미용실 등을 통해 여행상품 응모권을 배포한 뒤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레이디투어와 제주티켓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특히 소비자 피해 규모가 큰 레이디투어에는 과징금 3,200만원을 함께 부과했다. 공정위는 최근 이벤트 당첨 상술 피해가 급증(2010년 277건→2011년 837건)하고 있다며 소비자피해주의보도 발령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벤트 상술은 당첨자 수가 과도하게 많아 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레이디투어는 여행상품 당첨자가 5,260명이라고 선전했지만, 2008년 1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450배나 많은 237만여 장의 당첨권을 찍어냈다. 제주티켓도 실제 보낼 수 있는 인원은 350명인데 당첨권을 25만장이나 발행했다. 당첨자 262만명 가운데 4만8,000여명이 제세공과금 명목으로 돈을 냈지만 대부분 여행을 가지 못했다.
김정기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이들 여행사의 여행상품은 비성수기, 저가 기획상품이라 제세공과금이 실제 구입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스크래치복권,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내용이 오더라도 절대 현혹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공정위는 이벤트 상술을 동원해 콘도이용권, 화장품,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에 대해서도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허정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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