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그렇게 폭력적으로… 진보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문제 풀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13일 민주노총의 한 산별노조 대표자는 폭력 사태로 끝난 전날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 대한 실망감으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민주노총 산별노조 및 지역본부 대표자 50여명은 12일 새벽 4시30분까지 장장 9시간 동안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를 열고 비례후보 총사퇴 등의 요구안을 의결, 통합진보당에 전달했다. 더구나 "진보진영 전체의 명운이 달린 중대한 기로"라며 "격조 있는 토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는 당부까지 해뒀던 터였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최대 주주' 민주노총의 노력과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민주노총은 4∙11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을 '비례대표 집중투표' 당으로 정해 60만명이 넘는 조합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조합원 1만여명(추정)이 새로 당에 가입하는 등 총력 지지해왔다.
민주노총은 17일 다시 중집위를 열 계획이지만 14일 오전 열리는 산별대표자회의가 그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중집위 구성원인 16개 지역본부 대표자 중 일부는 당권파를 지지하며 신중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산별대표자들은 당 진상조사위원회 결과가 나온 다음날 회의를 열고 강도 높은 성명서를 내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산별노조 중 통합진보당 가입에 앞장 서 진성당원이 가장 많은 금속노조(7,000여명 추정) 보건의료노조(5,500여명) 서비스연맹(2,000여명) 조합원들의 분노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 후 민주노총이 5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비례후보 총사퇴와 전면 쇄신 요구 등 강력한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악화되면서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2일 중집위 의결문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밝힌데다, 총선 전부터 통합진보당 지지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점에서 유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합당하면서 "민노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는 정치방침을 총선 후 바꾸기로 미뤄둔 상태다. 민주노총 내 진보신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통합진보당 지지철회 목소리가 높다.
또 집단탈당이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가 아니라 산별노조의 결정으로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산별노조 별로 집단 입당한 것이므로 각 산별노조의 결정에 따라 집당 탈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단탈당은 통합진보당의 쇄신을 포기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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