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서울 강남지역 유명 안마업소들의 성매매 및 탈세 관련 정보를 넘겨받고도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내사종결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또 이들 업소 관련 112 신고를 무시하고, 실제 업주 박모(34)씨가 친척을 통해 평소 경찰 인맥을 관리했다는 주장까지 나와 '제2의 이경백'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3일 경찰과 FIU에 따르면 '룸살롱 황제' 이경백(39ㆍ구속)씨 밑에서 일을 배운 것으로 알려진 박씨는 2009년부터 강남 일대에서 S안마업소, I업소 등을 운영해왔다. 2009년 11월쯤 기획재정부 산하 FIU는 이 두 업소가 종업원 유모(34)씨 명의 계좌를 통해 거액의 현금을 입금하고 이를 다시 성매매업 관련 전과가 있는 다수에게 송금한 사실을 파악, 경찰청에 통보했다. FIU는 2,000만원 이상의 의심스런 뭉칫돈 거래를 확인한다. FIU는 "유씨의 계좌를 통해 박씨의 동거녀, 성매매업 전과자, 부동산업자 등에게 돈이 입금됐는데 이들은 탈세 및 성매매업소 운영자라는 의심이 있다"며 경찰에 수백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넘겼다.
하지만 경찰청에서 자료를 넘겨받은 서울 강남경찰서는 유씨를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강남서 관계자는 "당시 수사팀은 두 업소가 수서경찰서 관할인데다 FIU에서 지목한 관련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등 유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워 내사종결한 것으로 안다"며 "FIU가 확실한 자료였다면 국세청에 통보하거나 검찰에 정식 고발을 했을 텐데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112에 접수된 두 업소의 불법 성매매 관련 신고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S업소는 박씨가 인수하기 전까지 업주가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 박씨 인수 후로는 단속에 걸린 적이 없다고 한다"며 "2010년 여름 누군가가 수십 차례에 걸쳐 두 업소를 112에 신고했는데 경찰은 나와서 둘러본 뒤 문제가 없다고 윗선에 보고했고, 심지어 112 신고 내용을 박씨에게 알려줘 그가 목소리를 듣고 신고자를 찾아가 돈으로 해결한 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수서서 관계자는 이에 대해 "112 신고가 들어와도 일선 지구대에서 단속하기는 힘들다"며 "실제 그런 신고가 있었는지 현재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두 업소는 구청 풍속업소 관리대장에도 빠져 있는 상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두 업소의 주소로 등록된 업체는 없고, 단속이나 행정처분 내역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업계 관계자는 "업주 박씨의 친척이 과거 경력을 이용해 현장 담당 경찰 및 고위급 경찰을 '관리'하고 있어 이들 업소가 제대로 단속을 받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S업소는 업계 최초로 여성들이 번갈아 들어와 서비스하는 일명 '투샷' 안마서비스를 도입한 후 크게 이름을 날렸고 현재 I업소와 함께 연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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