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소재 헌팅 클럽.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곳에 내로라하는 바그다드의 독지가들이 모여들었다. 이라크가 배출한 세계적인 우드(중동 및 아프리카 북부에서 사용하는 만돌린과 비슷한 악기) 연주자 나시르 샤마(47)의 귀환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24년간 철권 통치한 사담 후세인(1937~2006) 정권 치하이던 1993년 고국을 등진 샤마는 튀니지와 이집트를 전전하다 객지 생활 19년 만에 귀국한 길이었다. 헌팅 클럽에서 다시 그의 연주를 들은 시민들은 "샤마가 이라크에 계속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사이프 자와드는 "샤마와 같은 음악가를 다시 만나는 것은 이라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샤마의 귀환을 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오랜 독재와 미 군정이 끝난 이라크에 희망이 샘 솟고 있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FT는 "마에스트로의 귀환이 이라크인에게 자긍심을 일깨우고 중동 문화의 심장부였던 과거의 영화를 되살려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63년 티그리스강 인근 쿠트에서 태어난 샤마는 11세에 우드를 처음 접했다. 87년 바그다드 음악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는 젊은 나이에도 당대 최고의 연주자이던 무니르 바시르(1930~1997)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유명세를 얻었다. 후세인 정권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다 6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지만 그럴수록 국민의 사랑은 커졌다. 후세인이 세번이나 그에게 연주를 요청했지만 갖가지 핑계로 퇴짜를 놓은 일화도 유명하다.
후세인의 철권 통치와 미군 점령이 끝난 지금도 정치 사회적 혼란은 여전하지만 문화 부흥을 토대로 이라크는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라크, 내일은 최고의 아름다운 날이 될 것'이란 제목의 최근 연주곡은 샤마가 고국에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그는 "국민이 나를 필요로 해서가 아니라, 고국의 미래와 삶을 얘기하고 연주하기 위해서라도 이곳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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