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검역강화는 계속하겠다.'
미국에서 광우병 젖소가 발견된 것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최종 결론이다. 안전한데도 검역강화를 계속 하겠다니, 모순이고 코미디다. 정부가 대단한 업적인양 자랑하는 미국 현지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무려 12일 간 일정으로 광우병 실태를 둘러봤다지만, 핵심에는 접근조차 못했다. 광우병 젖소가 발생한 농장 방문은 고사하고, 농장주 얼굴을 커튼으로 가린 채 서면 문답을 하는 촌극을 빚었다.
사실 광우병 조사단의 '빈손 귀국'은 출발 전부터 예상했던 터라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셨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폭 후퇴한 검역주권이 여전하며, 국민들의 불신 또한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광우병 사태가 부른 혼란의 근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인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의 이익을 위해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모든 월령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바 있다. 그러다 광우병 위험이 언론 등에 알려지면서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 검역주권을 확보하라"라는 국민적 요구가 빗발쳤지만, "30개월령 이상도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촛불집회라는 역풍을 맞았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젖소의 월령이 10년7개월이라는 이유를 들어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촛불집회가 들풀처럼 일어나자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광우병이 발생하면 국민 건강을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부칙 등에 추가했다. 당시 정부 당국자들은 "검역주권을 확보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막상 광우병 사태가 터지고 보니 의무조항이 아니어서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4년 전과 비교해 검역주권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간 광우병 대책에 관한 정부의 태도가 솔직하지 못했던 데다, 유독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만 검역주권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상마찰을 이유로 개선 노력조차 하지 않는데 대해 실망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만일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오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텐가.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4년 전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그것만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다.
배성재 경제부 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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