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당권파를 이끌고 있는 심상정ㆍ유시민ㆍ조준호 공동대표의 향후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공동대표직에선 물러나겠지만, 통합진보당이 정상화의 길을 걷는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당내 평등파(PD)를 대표하는 심 대표는 이번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에서 '철의 여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12일 중앙위원회에선 당권파의 회의 무산 시도에 정면으로 맞서는 강단을 보여 줬고, '무기한 정회' 카드를 통해 비당권파의 주도권 행사를 가능케 했다. 유 대표는 국민참여당계의 수장으로서 당권파와의 논리 싸움을 주도했고, 자주파(NL)이면서 중립 성향인 조 대표는 관행으로 굳어져온 부정ㆍ부실선거의 실상을 양지로 끌어냈다.
그간 직·간접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온 이들 3인 모두 향후 행보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분당(分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앙위 폭력 사태로 인해 당권파와 이성적인 논의가 어려울 만큼 상황이 악화돼 있어 자칫 예상치 못한 돌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의 내분을 막기 위해 계속 공동보조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거취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심 대표와 유 대표는 당권에 도전하지 않고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생각이지만, 주요 당직을 독식하고 있는 당권파가 비대위 체제를 거부할 경우 당이 혼란에 빠지게 되므로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비대위가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내홍이 깊어지면 두 사람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선 두 사람이 비대위에 참여하거나 당권ㆍ대선후보 자리를 나눠 맡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조 대표에겐 통합진보당에 대한 노동계의 지지를 복원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울산과 창원 등 전통적인 지지기반에서 참패한 데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민주노총의 지지 철회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만큼 조 대표의 역할이 막중하다. 하지만 조 대표의 한 측근은 "당원들의 기대는 잘 알지만 중앙위 폭행 사태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큰 상태"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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