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특정일을 공휴일로 정하는 한국과 달리, 의도적으로 연휴를 만들기 위해 공휴일을 월요일로 정한 경우가 많다. 성년의 날, 바다의 날, 경로의 날, 체육의 날 등이 모두 월요일인데 이 때문에 이들 공휴일이 들어있는 기간은 토ㆍ일ㆍ월요일의 3일 연속 휴일이 된다. 설날(1월1일), 건국기념일(2월11일), 쇼와의 날(4월29일), 일왕탄생일(12월23일) 등 날짜가 지정된 공휴일이라도 일요일과 겹치면 다음날을 대체휴일로 지정해 연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일본의 대표 연휴로 4월말~5월초의 골든위크를 꼽을 수 있다. 공휴일이 몰려있어 토ㆍ일요일을 합치면 일주일 전후의 휴가가 된다. 올해는 4월28일(토요일), 29일(쇼와의 날ㆍ일요일)이 연휴인데다 30일은 대체휴일이었으니 사흘 연휴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헌법기념일(5월3일), 녹색의 날(4일), 어린이날(5일), 일요일(6일)까지 연결돼 5월1ㆍ2일을 징검다리 휴일로 사용할 경우 최대 아흐레의 연휴를 즐길 수 있었다.
일본 정치권이 가을에 또 하나의 대형 연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위크에 버금가는 장기 휴가를 만든다는 것인데 명칭도 이미 실버위크로 정했다. 대신 연중 공휴일 수를 늘리지 않고 기존 공휴일 날짜를 변경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7월 바다의 날과 9월 경로의 날을 10월 둘째 주 월요일인 체육의 날 뒤로 옮기는 안이 현재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토ㆍ일요일과 합쳐 최장 닷새의 휴가가 만들어진다. 휴가를 일률적으로 시행할 경우 교통체증, 숙박시설 및 레저시설의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지역별로 일주일 정도 간격을 두고 연휴를 실시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입 시기는 이르면 2014년이 될 전망이다.
일본이 대형 연휴를 적극 도입하는 것은 이것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창출하는데 적지 않은 효과를 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버위크 도입을 추진중인 민주당의 프로젝트팀 단장 후지모토 유지(藤本祐司) 전 국토교통성 정무관은 "돈 들이지 않고도 경제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제도"라며 "기업별로 이틀간 징검다리 휴일을 도입하면 9일 연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골든위크를 비롯한 연휴가 일본의 내수 경기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이 시기 일본의 항공과 철도 등의 이용률은 평소 주말보다 20% 이상 올라간다. 규슈 신칸센의 올해 골든위크 이용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나 증가했다. 연휴를 집에서 즐기려는 직장인도 늘어나 게임기 소프트웨어 매출도 평소보다 40%나 뛰었다.
장기 연휴제 도입의 가장 큰 배경은 일본인 특유의 오미야게(お土産)문화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다. 일본인은 여행지를 방문하면 반드시 지역 특산물을 구입해 주위 사람에게 선물로 나눠준다. 대개 그 지역에서만 접할 수 있는 과자나 기념품 등으로, 가격 부담은 적지만 나누는 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여행지에서 미처 오미야게를 준비하지 못한 관광객을 위해 도쿄 등 대도시에는 각 지역의 오미야게를 별도로 판매하는 전문 매장이 있다. '돈 들이지 않고 경제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는 연휴-여행지 방문-지역토산품 구입-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일요일과 공휴일이 겹치면 다음날 쉬도록 하는 대체휴일 도입을 최근 정치권이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휴가가 휴식을 통한 재충전으로 간주되지 않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실제 성사까지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휴가를 경제와 연계, 활용하는 일본식 사고방식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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