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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중 83%,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입력
2012.05.1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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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자본 중 83%는 언제든 이탈 가능한 수시유출입성 자본으로 조사됐다. 이는 신흥국 평균(48%)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대외 금융불안이 재발할 경우 다른 신흥국보다 자본유출이 급격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2000년 이후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투자 등에서 큰 폭의 이익을 낸 반면, 우리나라는 대외투자에서 별 다른 이익을 내지 못해 국제투자에서의 누적 평가손실이 250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자본자유화 이후 한국의 자본이동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0년 기간 전체 외국자본 가운데 주식이나 채권 투자, 차입 등의 수시유출입성 자본 비중이 83.6%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함부로 빼나가기 어려운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은 16.4%에 불과했다. 반면 40개 신흥국의 평균 수시유출입성 투자 비중은 48%로 직접투자(52%)보다 오히려 낮았다.

한은은 “국가의 경제발전 단계가 성숙할수록 직접투자보다 주식이나 채권 투자 등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 유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의 경우 그 비중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며 “유입자본 구성의 안정성 면에서 우리나라가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또 경기 국면에 따른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진폭(6.6%포인트)이 신흥국 평균(3.1%포인트)의 2배를 넘었고, 수시유출입성 자금의 유입 속도도 신흥국 평균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경기가 좋을 때 외국자본 유입이 늘어나고 경기가 나쁠 때 유출이 늘어나는 등 경기 순응성이 높아 경기 진폭을 더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순국제투자(대외투자-외국인투자)에서 누적 평가손실은 2,287억달러로 40개 신흥국 중 러시아, 브라질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한은은 “외국인들은 국내 투자에서 큰 이익을 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평가익은 매우 미미하다”며 “향후 금융기관의 대외자산 운용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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