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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공감] 김정훈 한국조사협회(KOR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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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공감] 김정훈 한국조사협회(KORA) 회장

입력
2012.05.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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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한국조사협회(KORA) 회장(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 대표)은 여론조사 전문가다. 그리 세간에 알려진 인물도 아니다. 일반인들이 경마 중계방식으로 보도되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는 관심을 갖지만, 누가 그런 조사를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해서는 알 바 없다. 하지만 그가 회장으로 있는 조사협회 소속 42개 기관들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결정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직접적으로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히 회의적이다. 여론조사는 통계적인 오차를 가진 샘플 표본조사에 불과하기 때문. 그는 이 결과를 토대로 중요한 정치행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여론조사에 조작이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는"조사인, 조사협회장으로서 굉장히 모욕적"이라고 불쾌해 했다. 그는 또 민주노동당 후보 단일화 등에서 사용됐던 자동응답방식(ARS)의 전화 여론조사에 대해서는"이미 조사협회와 통계학회 차원에서 과학적인 조사 방식이 아니라고 정리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4월 총선에서 출구조사가 틀린 것으로 나오지 않았나.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박빙인데도 출구조사 오차가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실제 당선자가 잘못 예상된 게 이번 경우에 17곳이었다. 18대 선거는 35개다. 과거보다 굉장히 정확해진 거다. 박빙 속에 사전 전화조사에서 일방적인 우위라고 했던 것들도 출구조사를 통해서 접전으로 밝혀졌다. 표본오차 범위 내에서 뒤집힐 수 있는 것이 40~50개 지역구였다.

-그래도 17석이 빗나갔다.

246개에서 17개다. 18대 총선 때는 35개가 틀렸다. 이번에는 170표 차이 같은 초 박빙도 맞췄다. 통계적으로는 오차범위 이내에 있으면 당선자가 바뀔 수 있다. 조사는 분명 오차가 있고 오차범위 내에 있으면 언제든지 앞뒤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초박빙 선거에서 당락의 우열의 형태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여론조사에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 제기도 있었다.

조사인, 조사협회장으로서 굉장히 모욕적이다. 어떻게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특정 정치인에게 이롭게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나. 지금까지 살면서 여론조사가 조작된다거나 될 수 있다고는 추호도 생각한 적이 없다. 당시 모든 조사에서 국민들 사이에서 이명박 지지도가 박근혜보다 높았다. 조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영악하지 않다. 우리는 과학을 따르는 사람들이고 정치하고는 상관없다. 데이터 생성과정에서 표본오차가 있고 비표본오차가 발생할 수는 있다. 결과가 매번 다른 게 당연하다. 매번 똑같으면 조사는 의미가 없다. 조사기관이나 일시,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100번 시행하면 95번은 오차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다.

-민노당 사건 경우는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게 구체적으로 보면 ARS조사였다. ARS는 조사협회에서는 기본적으로 올바른 조사방법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 ARS조사는 전화기 기계녹음으로 일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통계학계에서는 이 방식을 바람직한, 과학적 방법이 아니라고 정리 해놓았다. 조사협회에 등록된 회원들도 이미 ARS조사는 과학적인 조사가 아니라는 것을 서로 공유하고 지키고 있다. ARS조사는 전화가 갔을 때 미리 연락되어 있는 조직을 통해서 조작이 가능하게끔 시도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하는 전화조사는 쌍방커뮤니케이션이다. 그만큼 검증을 철저히 해서 제대로 된 응답자인지 밝혀내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

-오차범위를 기술적으로 줄일 수 있나.

모집단 모두가 아니라 표본을 뽑아서 조사를 하고 통계 값을 보고 전체를 추정한다. 1,000명을 조사를 해보니 박근혜 지지율이 40%라거나, 다른 조사에서 38%, 44%가 나왔다고 하자. 그 숫자는 다를 수도 있고 계속 40%가 나올 수도 있다. 흔히 1,000 표본 조사결과, 읓颱璣瘟?±3.1이라고 했을 때 40%가 나왔다 치자. 100번 조사를 하면 95번이 43.1~36.9% 사이에 들어가고 5번은 밖으로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3.1은 오차 한계다. 오차범위를 줄이고자 하면 흔히 통계적으로는 표본추출을 1,000명이 아니라 1,500명, 2,000명으로 늘리면 된다. 그런데 1만명, 2만명으로 늘려도 오차한계가 완만하게 줄다가 어느 선에서는 줄지 않는다.

-오차 요인은 뭔가.

두 가지가 있는데 표본오차하고 비 표본오차다. 표본오차는 샘플링을 할 때 발생하는 오차다. 예를 들면 박근혜 지지도를 조사하면서 서울 강남만 조사하는 것이다. 편향되게 표본추출을 했을 경우에 발생하는 오차다. 비 표본오차는 그야말로 응답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조사원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그려 넣거나 편법을 부려서 발생되는 것이다.

-무응답층이 중요한 것 같다.

의견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그냥 여야나 우세, 약세 후보를 선택한 사람으로 골고루 퍼져있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특정 성향을 가졌다면 다르게 나타난다. 그보다도 전화여론조사가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 전화번호 추출의 문제가 있다. 휴대전화가 다 빠지고 집 전화 자체도 전화번호부 등재, 비등재로 나뉜다. 그래서 등재되지 않은 사람들을 조사하는 방법이 무작위 임의 걸기(RDDㆍRandom Digit Dialing)라는 방법이다. 그런데 아예 집 전화가 없고 휴대폰만 있는 가구가 많다. 그런 계층들이 특정한 지지 성향을 가지면, 조사결과는 왜곡이 된다.

특히 휴대전화 RDD조사는 불가능하다.'서초갑'사람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찾아내나. 전국이 하나의 선거구면 모르지만 지역구 단위에서는 휴대전화 RDD 조사는 어렵다. 집전화 조사만 한 경우는 야당지지가 조금 적게 잡히지 않았느냐는 것이 정설이다. 거꾸로 거짓말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들이 전화조사에서는 제대로 찾아내기 어렵다. 면접조사를 통해 다수의 질문을 해서 앞뒤 맥락에 맞지 않으면 응답의 신뢰도를 볼 수 있다. 대개 15%~30% 정도가 무응답층이다. 무응답층은 성향을 분석하는 판별분석이라는 기법이 있다. 성향을 밝힌 사람들의 여러 인구통계학적 특성이나 변수들을 토대로 성향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의 통계학적 변수들을 추정을 하는 거다.

-'침묵의 나선이론'이 적용되는 건가.

무응답층에는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숨어있다. 숨어있는 5%가 바로 침묵의 나선이다. 김영삼 정부 때에는 여론조사에서 호남출신들이,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영남출신들이 숨어있었다.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경우다. 오후 6시까지 투표가 가능하지만 출구조사는 5시까지만 되니까 나머지 한 시간에 대해서 추정을 해야 한다. 실제로 이번 총선 출구조사에서 오전에는 새누리당이 압승을 하고 있었다. 노년층이 투표를 많이 했다. 점심 이후로 젊은 층들이 투표장에 많이 가면서 접전이 되는데 오후 6시까지 추산을 해보면 많은 지역구에서 민주 통합당 쪽이 앞설 만한 데가 많았다.예를 들면 부산진갑 김영춘 후보도 오후 5시 현재 조사를 마감했을 때는 접전이었지만 마지막 1시간을 감안하면, 아주 근소하게 민주 통합당 후보가 되는 거 아니냐는 데이터가 나왔었다. 하지만 침묵의 나선에 숨어있던 사람들 중에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 접전 속에서 결국은 새누리당이 실제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침묵의 나선은 중요한 이론이긴 한데 획일적으로 일반화시켜서 이야기 하기는 어렵고 매 순간마다 바뀐다.

-'밴드왜건 효과'처럼 여론조사가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나.

정치 커뮤니케이션 쪽 입장에서 보면'밴드왜건(bandwagon)'의 반대 개념이 '언더독(underdog)'이다. 밴드왜건은 행군 마차인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쪽으로 군중심리가 이끌려 간다는 것이다. 누가 앞선다면 중립적이거나 정보가 없던 사람들이 따라가는 것이다. 승세 편승 효과다. 반면'언더독'은'열세자 동정효과로 약자를 동정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가 되면 어떤 사람들은 '아, 저 사람이 대세구나. 그럼 나도 저쪽에다 투표해야지'라는 것이 밴드왜건이고, '저 후보가 굉장히 밀리는구나. 내가 한 표라도 보태야겠다'는 동정효과가 언더독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의 결과를 볼 때 일반화시킬 수 없다 .이번 총선에도 충청, 강원에서 새누리당이 앞섰는데 그 지역 분위기로는 밴드왜건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언더독 효과는 아무래도 대도시에서 좀 나타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선거와 관련해서 지지율 조사외에 어떤 걸 할 수 있나.

후보 공천 자체도 여론조사를 통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여야 막론해서 여론조사 자료로 직접 공천을 했다.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간의 단일화도 여론조사를 통해서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통계적인 오차를 가지?있고 샘플 표본조사에 불과하다. 이런 결과를 가지고 직접적으로 후보를 결정하는데 활용하는 중요한 정치 행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권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에 대한 내용이나 정보를 파악해 각 정당에서 정책, 공략, 개발 등 자료로써 활용하는 것이 중점이 되어야 한다. 지지도, 인지도 지표 중심의 조사로 활용되는 것이 조금 유감이다. 분명히 오차가 있는데 초박빙 지역의 여론조사 결과가 공천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숫자로 표현이 되니까 정당에서도 그게 승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자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상당히 위험스럽다.

-여론조사기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신뢰를 할 수 있나.

전체에서 표본을 추출해서 진행되는 것이고 매 단계마다 통계적인 방법들이 이론적으로 백업 되어서 들어간다. 방법론적 접근 자체는 굉장히 과학적이고 이론에 근거해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 의도적으로, 불순한 생각으로 조작하거나 그릇되게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그런 조사를 진행시키는 기관은 없다. 조사결과가 조사기관마다, 주체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여론조사결과를 선거일 6일 전부터 공표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나.

선거가 진행되는 선거기간 동안에 유권자들은 후보선택과 관련해서 많은 정보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판세가 어떤 흐름으로 어떻게 가는지에 대한 정보를 유권자들이 가져야 하는데 우리 선거법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6일 전으로 금지를 해놨다. 과거에는 30일씩 됐다. 그러면 암흑 속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그럼 언더에서는 여러 가지'카더라' 소문들이 번지게 된다. 선거가 일박한 시기에 무차별적으로 여론조사가 공표되고, 검증되지 않은 조사결과까지 난무한다면 유권자들이 혼란과 조작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러나 조사협회 입장에서는 그런 것 때문에 순기능 자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해외사례 등을 봐도 선거당일 아침 혹은 선거 전날까지 얼마든지 보도ㆍ공개할 수 있게 되어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여론조사에 관한 에피소드는 없나.

이번 총선 출구조사는 전체적으로는 1만3,000명이 동원이 됐고, 조사 감독관도 500명 정도가 필요했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 등 젊은이들은 출구조사 도 굉장히 힘든 일로 받아 들여서 조사원 신청을 했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또 조사에 응답해주는 사람에게 사례로 껌을 제공했다. 껌 값이 3억원 정도 들었다. 전체 응답자를 100만명으로 추산해 3억원어치 껌을 준비 했는데 실제 응답자는 62만명이라 껌이 많이 남았다. 조사원들이 설문지 보관 정리하는 것보다 껌을 관리하기 위해서 굉장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 김정훈은 누구

1962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대륙연구소 사회조사본부 연구원으로 출발해 미디어리서치 선임연구원 등을 거쳐 2005년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 대표가 됐다. 조사업계에서 직원으로 입사해 전문경영인(CEO)으로 승진한 최초의 사례다. 여론조사기관의 모임인 한국조사협회(KORA) 회장과 한국통계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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