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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랑의 기초-연인들' '사랑의 기초-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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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랑의 기초-연인들' '사랑의 기초-한 남자'

입력
2012.05.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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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연인들/정이현 지음·톨 발행·212쪽·1만1,000원

사랑의 기초-한 남자/알랭 드 보통 지음·우달임 옮김·톨 발행·192쪽·1만1,000원

정이현(40)과 알랭 드 보통(41). 한국과 스위스의 동년배 작가 두 사람이 '사랑, 결혼, 가족'을 공통 주제로 쓴 경장편소설이다. 2년 전 국내 출판사의 공동 집필 제안에 응한 이들은 시놉시스와 초고를 교환해 읽고,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거쳐 책을 출간했다.(두 사람의 대담은 '한 남자' 편에 실렸다)

'연인들'이라는 부제를 단 정씨의 소설은 20대 후반 남녀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 장편 <달콤한 나의 도시> 를 통해 오늘날 연애 풍속을 정밀 묘사하고 낭만적 사랑이라는 신화의 허구성을 폭로했던 정씨는 이 소설에서 다시금 사랑의 민낯을 가차없이 드러내는 솜씨를 발휘한다.

준호와 민아는 각자 서너 번의 연애 경험이 있는 회사원. 소개팅에서 서로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의 관계는 작은 우연들이 불쏘시개가 되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세 계절 동안 순항하던 이들의 연애는 각자 치부라 여겨 상대에게 숨겨왔던 가족사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회복할 수 없는 갈등을 겪는다. 틈틈이 서술된 두 사람의 가족사, 이상적 사랑의 원형이 된 첫사랑 경험은 서로 평행선을 그리며 파국의 복선 노릇을 한다.

지리멸렬하던 둘의 관계에 완벽한 종지부가 찍히는 순간, 작가는 3인칭 화자의 목소리를 빌려 이렇게 말한다. "눈물은 오래지 않아 마를 것이고 그들은 머지 않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다시 사소하게 꿈꾸고 사소하게 절망하고 사소하게 후회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청춘은 저물어갔다. 세상은 그것을 보편적인 연애라고 불렀다."

속도감 있게 읽히는 정씨의 소설이 재기 넘치는 크로키 같다면, 보통의 작품은 섬세한 붓질에 얼마간 추상성을 띤 회화를 닮았다. 그는 어린 남매를 둔 부부 이야기를 남편 벤의 입장에서 서술하면서 묵직하고도 철학적 에세이를 간주처럼 끼워넣는다. "자본주의의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우리는 낭만적 사랑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부모들의 자녀 양육 방식은 현대인이 성인기에 맞닥뜨리게 될 새로운 종류의 가혹함에 맞서 생존하는 데 필요하다고 우리의 직관이 판단한 도구일 뿐이다."

낭만적 기대가 사그라진 가정에서 가장, 배우자, 부모로서 분투하는 벤을 통해 현대 가족제도를 탐구하던 소설은 벤의 외도를 다루면서 인간 본성과 결혼제도의 딜레마를 다룬다. 보통은 우리의 삶은 사랑으로 영위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결혼제도 안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연습할 것을 제언한다.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을 떠올리게 하는 결론이다.

정씨는 보통의 작품에 대해 "결혼이라는 제도의 모순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삶의 부조리를 꿋꿋하게 껴안는 의지와 용기"에 관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보통은 정씨의 소설을 "인간의 마음 아래 숨겨진 진실을 대담하고 독창적으로 찾아낸다"고 평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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