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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칼럼] 언론의 학원폭력 보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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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칼럼] 언론의 학원폭력 보도 유감

입력
2012.05.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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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해 접하는 학원폭력의 현실이 충격적이다. 10대들의 행동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폭력의 행사방식이 다양하고 잔인하다. 학교 안팎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폭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학교폭력은 이미 전방위적이다. 다수의 학생들이 학교폭력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으니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보호의 대상이며 순종적 존재라 믿어지던 청소년들의 이런 모습은 기성세대에게 위협이며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12월 이후 중·고생들의 연이은 자살과 함께 학교폭력은 언론으로부터 집중조명을 받았다. 학교폭력이 중요한 의제로 등장하면서 언론사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 과정에서 각종 학생폭력조직의 현황과 활동부터 학교폭력이 조직폭력배와 연결되어 있다는 등 놀라운 사실들이 보도됐다. 교육전문가들은 다양한 해결책을 쏟아냈다. 정부도 이에 호응해 2월 초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통해 강력한 대응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필자는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언론의 접근방식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학교폭력을 다루는 언론보도에서 '도덕적 공황'(moral panic)으로 흐르는 경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도덕적 공황이란 어떤 사건이나 집단이 기존 사회질서나 가치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장하는 언론의 과잉반응으로, 사람들에게 해당 사건이나 집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언론이 청소년들의 음란물 노출이나 술‧담배 등 유해물질 이용과 같은 반사회적인 행위를 보도할 때 이러한 경향이 자주 나타난다. 교내 총기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미국에서도 도덕적 공황은 언론의 일반적인 접근방식으로 분석됐다.

언론보도에 나타난 도덕적 공황은 전형적인 특성을 보인다. 먼저 언론은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방식으로 이슈를 부각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린다. 정부 관료나 오피니언 리더들은 정보원으로 등장해 보도된 내용이 사실임을 강조한다. 보도를 접한 기성세대들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며, 이를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지금까지 언론보도는 학교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반사회적인 행위 중 하나로 규정했다. 폭력을 저지르는 청소년은 사회적 격리와 처벌의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언론을 통한 도덕적 공황이 학교폭력을 극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합리적 판단이나 해결책을 모색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에 대한 언론의 무수한 보도와 폭력을 막겠다며 내놓은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언론의 진단과 정부의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학교폭력 이슈에 대한 언론의 침착한 접근을 주문하고 싶다. 언론의 과잉반응은 정치권이나 관련 기관에 설익은 대책을 강권하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만 양산할 뿐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얼마 전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와 학교폭력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조카는 자신들이 보는 학교와 언론보도에 등장하는 학교가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또 너무나 극단적인 언론보도로 인해 자신들 모두가 부정적인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언론에 등장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은 어떠한가. 연일 신문에 오르내리는 부정부패, 폭력과 반사회적 행위, 파렴치한 사기사건 등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 속에서 청소년들은 과연 롤모델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고 한다. 자존감이 바닥이라는 얘기다.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학교폭력보도로 인해 이들의 주관적 행복감은 더욱 추락할 것이다. 배제와 제거보다는 수용과 조화에 근거해 학교폭력을 풀어가는 언론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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