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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iew/ 글밭 동행 문인가족의 감수성 '닮은 듯 다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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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iew/ 글밭 동행 문인가족의 감수성 '닮은 듯 다른 듯'

입력
2012.05.1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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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인터넷 시대에 문학의 자리가 갈수록 줄고 있다지만, 여전히 문단에는 부부, 형제ㆍ자매가 함께 혹은 대를 이어 문학의 길을 걷는 '문인 가족'이 적지 않다. 황동규 시인의 부친인 소설가 황순원(1915~2000), 마종기 시인의 부친 아동문학가 마해송(1905~1966) 등 타계한 작가들을 굳이 꼽지 않아도 될 만큼 현역으로 함께 활동 중인 이들이 많다.

우선 부부 작가로는 소설가 조정래씨와 시인 김초혜씨가 있다. '사랑굿'의 시인 김씨는 남편보다 5년 먼저 등단했다. 이들의 결혼식 주례를 섰던 미당 서정주가 하객들에게 두 사람을 소개하며 "여기는 장래가 촉망되는 여류시인, 여기는 남편인 문청 조정래군"이라고 했다는 것은 문단에서 유명한 일화다.

등단 10년 전후의 젊은 작가군에는 소설가 김도언, 김숨씨 부부가 있다. 두 작가 모두 문학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점도 닮았다. 김도언씨는 출판사 생각의나무를 거쳐 현재 열림원 편집장을 맡고 있고, 김숨씨는 현대문학과 열림원 편집자로 활동하다 몇 년 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장욱 조선대 교수와 신해욱 시인도 부부 문인이다. 이씨는 시, 소설, 문학평론, 러시아문학 연구 등 전방위로 활동하는 문인으로 현재 출판사 창비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신씨는 2000년대 젊은 시단을 이끈 대표적인 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각기 현대적 감수성을 독창적으로 선보이고 있지만, 작품의 모티브들은 묘하게 닮아 있다. 예컨대 신씨의 두 번째 시집 <생물성> 의 첫 작품은 '축, 생일', 이씨의 두 번째 시집 표제작은 '생년월일'이다.

권혁웅 한양여대 교수, 양윤의 박사는 부부 문학평론가다. 예리한 안목과 유려한 시 비평으로 주목 받는 권씨는 2000년대 '미래파'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로 비평집 <미래파> , <시론> 과 3권의 시집을 냈다. 양씨는 소설 비평이 전문 분야다.

형제, 자매가 함께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올해 팔봉비평상을 수상한 황현산 문학평론가와 황정산 시인, 박용재 박용하 시인, 소설가 김원일, 김원우씨가 형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소설가 장은진, 김희진씨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로 지난해 나란히 장편소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장은진), <옷의 시간들> (김희진)을 냈다. 동생 김씨가 2007년 먼저 등단한 뒤 언니가 차별화를 위해 필명으로 투고해 등단하면서 다른 성을 쓰게 됐다.

대를 이어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소설가 한승원씨, 한강씨 부녀는 대를 이은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다. 한승원씨는 1988년 <해변의 길손> 으로, 한강씨는 17년 후인 2005년 <몽고반점> 으로 이 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02년 동화집 <우주 색칠하기> (한승원), <내 이름은 태양꽃> (한강)을 나란히 내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조남현 서울대 교수의 딸인 조연정씨도 최근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두각을 보이고 있다.

장르문학이나 희곡, 시나리오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가족 작가는 더 많다. 소설가 김훈씨의 부친은 <정협지> , <비호> 등 무협소설을 쓴 김광주(1910~1973)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김광주씨는 병석에 누워 밥벌이 때문에 소설을 구술해 아들에게 받아 적게 했는데,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훈씨는 "줄 바꾸고, 거기서 점 찍고…"로 이어지는 아버지 명령을 따라 소설을 쓰면서, 문장 수업을 받았다. 두 사람은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소설가로 전업했고, 무인의 호방한 문체를 지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과 북> <먼동> <달과 칼> 등 대하소설을 쓴 홍성원(1937~2008)의 두 딸 홍진아, 홍자람씨는 일명 '홍 자매'로 불리는 인기 방송작가다. 드라마 '반올림' '태릉선수촌'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썼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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