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권력의 미래' 美, 현명한 강대국 되려면 스마트 파워 갖춰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권력의 미래' 美, 현명한 강대국 되려면 스마트 파워 갖춰라

입력
2012.05.11 11:39
0 0

권력의 미래/조지프 나이 지음ㆍ윤영호 옮김/세종서적 발행ㆍ400쪽ㆍ2만원

"외교, 경제, 군사, 정치, 법률, 문화 등 모든 수단 가운데 상황에 맞춰 올바른 수단, 또는 개별 수단을 조합해서 구사하는 '스마트 파워'가 대외정책의 최우선이 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2009년 초 미국 국무장관에 내정된 뒤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한 이 말은 오바마 정부의 대외 전략을 집약하고 있다.

'스마트 파워'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국제정치학자로 유명한 조지프 나이(75) 하버드대 석좌교수다. <권력의 미래> 는 1970년대 카터 정부에서 국무차관보로, 90년대 클린턴 정부에서는 국가정보위 의장, 국제안보담당 국방차관을 지내며 현실 정치에도 깊숙이 간여해온 나이 교수가 '스마트 파워'의 실체는 무엇인지, 향후 세계 권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를 풀어 놓은 책이다.

알려진 대로 스마트 파워는 군사력, 경제력, 영토나 인구의 크기 등을 의미하는 '하드 파워'와 역시 나이 교수가 처음 쓴 '소프트 파워'의 적절한 결합을 의미한다. 그래서 저자는 먼저 하드 파워의 핵심인 군사력과 경제력의 성격과 변화 가능성을 분석했다.

무력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국제정치의 결정적인 수단으로 건재'하지만 그 역할이 변해왔고 효용은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무력 행사의 최종 수단인 핵무기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다 전통적인 무력으로 대중을 통치하는 것도 과거보다 훨씬 큰 희생을 유발해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민주화된 국가 내에서는 무력의 사용 자체가 심각한 내부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결국 무력은 국제정치의 '유일한 수단'이 아니며 때로 '경제적 상호 의존, 국제 교류, 국제기구, 초국가적 행위자'들이 더 큰 역할을 할 때가 자꾸 생겨난다. 특히 견실하고 성장하는 경제는 모든 권력의 수단을 위한 토대를 제공해 금세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프트 파워는 다른 국가들에게 호감을 주는 문화, 국내와 해외에서 자국의 가치를 충실히 따라오게 하는 정치적 가치, 다른 국가들에게 당위성과 윤리적 권위를 인정받는 외교 정책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저자가 전작 <소프트 파워> 에서 이미 언급한 내용들이다.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이 같은 원론적인 설명 이후 이어지는 세계 권력 전망이다. 21세기에 미국의 패권은 쇠퇴할 것인가, 그 자리를 중국이 메울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미래에 중국이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지만 금세기 중반까지 중국은 전반적인 권력에서 미국을 능가하지 못한다'고 본다.

미국과 어깨를 겨룰 만한 지역으로 유럽연합(EU)이나 일본도 생각할 수 있지만 EU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분명해진 것처럼 통일성에 심대한 한계가 있고, 일본은 영토나 인구에서 차이가 큰데다 자민족 중심주의 성향이 강한 점을 심각한 결함으로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추구하는 가치가 미국과 같기 때문에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중국은 거대한 영토와 인구, 급속한 경제ㆍ군사적 성장, 게다가 유교문화의 전파 등 소프트 파워를 확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까지 모두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이 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다. 전체 경제 규모에서는 언젠가 미국을 추월하더라도 1인당 국민 소득은 여전히 낮고 저개발 지역이 허다한 등 경제 구성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일당 독재 중국의 정치적 미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오직 GDP 성장에만 근거한 현재의 많은 예상들은 지나치게 1차원적이며 미국이 지닌 군사력과 소프트 파워의 우위를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유럽 일본 인도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반해 중국이 아시아의 권력 균형에서 열세에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쇠락의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미국은 나머지 국가들의 부상에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상황에 적합한 동맹, 제도,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스마트 파워 전략과 화술을 갖추라고 주문한다. 서양이 독점해온 '500년 역사의 끄트머리'에서 동양에 '패권을 내줄 징후'가 있다고 한 영국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에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세계 권력의 중심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현명한 강대국'으로 거듭 나야 한다는 것이 이 현실적 자유주의자의 충고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