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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자연의 농담' 진화의 비밀을 풀 열쇠, 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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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자연의 농담' 진화의 비밀을 풀 열쇠, 기형

입력
2012.05.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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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농담/ 마크 브룸버그 지음ㆍ김아림 옮김/ 알마 발행ㆍ285쪽ㆍ1만5000원

토바코피시의 수컷과 암컷이 아름다운 교미를 한다. 그 황홀경의 끝에 방출된 정자와 알은 물속에서 만나 수정된다.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진다. 수컷은 암컷으로, 암컷은 수컷으로 삽시간에 성(性)을 전환한 그 둘은 역할을 바꿔 또 다시 사랑을 나눈다.

산호 틈바구니에 사는 푸른머리놀래기는 자기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퍼트리기 위해 성을 바꾸는 물고기다. 이들 사회에선 수컷 한 마리가 여러 암컷을 거느린다. 무리를 이끄는 수컷보다 몸집이 작은 놀래기는 일단 암컷으로 산다. 그러다가 지배자가 죽거나 사라지면 잽싸게 수컷으로 성 전환을 해 무리를 장악, 다른 암컷이 성 전환하는 것을 막는다. 이렇게 성을 바꾼 수컷을 원래 수컷으로 태어난 경우와 구분해 제2의 수컷이라고 한다.

미국 아이오와대 교수인 마크 브룸버그는 성은 암컷과 수컷으로 나뉘며, 여기서 어긋나면 이상하다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암컷과 수컷이란 성적 이분법은 결국 일종의 선입관이란 것이다. 그가 쓴 <자연의 농담> 은 이처럼 성 구분을 비롯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이 결코 자연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보고서다. 여기서 저자가 집중하는 건 기형(畸形)이다.

흔히 기형이라 하면 불쌍하다, 안쓰럽다는 느낌이 든다. 정상이라 여기는 어떤 모습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형이란 말이 이상하게 생긴 사람과 우리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어 구분하려는 욕구와 일반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과도한 환상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마치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하고 있다. 매혹과 공포, 찬탄과 경멸, 신성화와 모독 등이다. 가령 고대 로마인은 기형아를 강에 익사시킨 반면, 오늘날의 인도인은 힌두교의 신 비슈누를 기념하는 날 태어난, 팔다리 여덟 개를 가진 소녀를 신성시한다. 비슈누는 여러 개의 팔과 다리를 가진 신이다.

옛사람들은 기형을 라틴어로 '자연의 농담(Iusus natura)'이라 일컬었다. 이는 기형을 괴물로 바라보는 현대 관점과 달리, 기형 역시 자연의 일부로 생각했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다양한 사례가 녹아있는 책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질문과 마주치게 된다. 하나의 몸에 머리가 둘인 결합 쌍둥이, 애비게일과 브리트니 헨젤 자매는 수영을 하고 자전거도 타며 정상인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산다. 이들은 자연이 내놓은 괴물일까, 자연의 일부일까. 2003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태어난 한 개는 앞다리가 심한 기형인 탓에 뒷다리만으로 걷고 뛰는데, 이족보행 하는 개를 정상으로 봐야 할까, 비정상으로 치부해야 할까.

저자는 정상이라 여기는 어떤 본보기가 사실은 비정상인 것을 떨쳐내려는, 균형 잡히지 않은 시각을 갖게 한다고 지적한다. 기형을 생각할 가치가 없는, 진화론적 사고의 경계 밖으로 추방해버린다면 진화와 발생의 비밀을 온전히 풀어낼 수 없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모든 곳에 괴물이 존재한다. 이들은 모두 지상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드라마 속에서 적대자가 아닌 주인공들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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