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법. 지난 20여 년 간 한국 바둑의 대들보 역할을 해 온 이창호(37)가 마침내 랭킹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국기원이 발표한 5월 국내 프로기사 랭킹에 따르면 이창호는 지난 달 2승 3패를 기록하면서 랭킹 점수가 26점 하락, 전달 공동 10위에서 11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이창호가 랭킹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건 랭킹제가 처음 시행된 2005년 8월 이후 6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랭킹제가 도입되기 이전까지 감안하면 1986년 입단 이후 첫 타이틀을 따기까지 초창기 2~3년을 제외하면 20여 년 기사 인생에서 처음으로 정상권에서 밀려난 셈이다. 이창호는 2010년 2월 랭킹에서 마지막으로 1위를 차지한 후 3월에 이세돌에게 1위를 내주고 2위로 내려간 뒤부터 정상에 복귀하지 못하고 10위권 내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해 왔다.이창호는 1992년 동양증권배서 우승, 최연소 세계챔피언이 됐고 통산 138회(국내 117회, 국제 21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면서 한국 바둑을 세계 정상으로 이끌어 왔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지 서른 살을 넘어 서면서 서서히 노쇠 현상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2011년 2월 국수전 도전기에서 최철한에게 타이틀을 빼앗기고 1989년 KBS바둑왕전 우승 이후 22년 만에 무관으로 전락했다. 이후 1년여 동안 국내외 기전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7년 동안 무려 10차례나 연속해서 메이저급 세계 대회 결승에 올랐으나 번번이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최근에는 랭킹이 떨어져서 각종 국내외 기전에서 본선 시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정상 복귀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올 초에 이미 춘란배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고 초상부동산배 선발전이나 바이링배 통합예선에는 아예 출전조차 하지 않았다. 국내 기전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기전에서 예선부터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본선에 오르기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과연 돌부처가 다시 한 번 정상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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