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이 적을수록 선택은 신중해진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아비지트 배너지ㆍ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한 연구에 따르면 2005년 전 세계 인구 13%가 주거비를 제외한 하루 평균 생활비가 1달러 미만이었다. 두 저자는 '빈곤의 경제학'이 '경제학의 빈곤'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 생활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빈곤층은 흔히 비합리적이고 게으르며 무능력하다고 여겨지지만 가진 것이 적기 때문에 더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행동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가난한 사람들이 왜 여러 지원에도 불구하고 영양결핍에 시달리는지, 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지, 아이를 많이 낳는지 설명한 뒤 시장과 제도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거시경제 정책이나 제도 개혁이 아니라 작은 변화와 아이디어가 가난을 없애는 데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순희 옮김. 생각연구소ㆍ396쪽ㆍ1만7,000원.
고경석기자 kave@hk.co.kr
佛 노동운동가 시몬 베유의 거짓 없는 삶
시몬 베유 노동 일지 / 시몬 베유 지음
천재와 성자, 놀랄 만한 착오와 과장의 죄, 격렬한 기질…. 이 모두가 프랑스의 여성 사상가이자 노동운동가 시몬 베유에게는 하나였다. 20세기 도입부의 34년, 그가 지상에 머물렀던 시간의 전부다. 그러나 그는 짧았던 삶을 압도하는 방대한 분량의 행적과 사유, 치밀한 문장으로 후대의 귀감으로 승화한다.
불꽃 같았던 그의 삶은 철학도에서 노동운동가로 거듭난 이래 스페인 내란 참전, 프랑스 레지스탕스 활동 등 실천으로 웅변된다. 그의 저작들이 모두 사후 출판된 것들이라는 사실은 그 삶의 격렬함과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을 동시에 증거한다. '중력과 은총', '신을 기다리며' 등 그가 남긴 산문들을 엮어 불꽃의 광채에 가려져 있기 십상인 섬세한 영혼을 살려내고자 하는 책이다. 박진희 옮김. 리즈앤북ㆍ380쪽ㆍ1만6,000원.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난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사사키 아타루 지음
정신분석학자 라캉, 수학자 르 장드르, 철학자 미셸 푸코를 논한 데뷔작 <야전과 영원> 으로 주목받은 젊은 일본 인문학자의 세 번째 저서다. 국내 첫 번역서인 이 책의 논지는 '혁명이란 폭력이 아니라 문학'이라는 것. 저자는 읽는 것, 쓰는 것 자체가 혁명이며 그래서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난다고 거듭 말한다. 책을 읽는 것은 책을 고쳐 읽는 것이고, 책을 쓴다는 것은 법을 고쳐 쓴다는 것이며 이는 곧 혁명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마르틴 루터, 무함마드, 니체, 도스토옙스키, 프로이트, 라캉, 버지니아 울프 등 책을 읽고 쓰며 역사를 바꾼 이들의 삶과 텍스트를 통해 근현대사 혁명의 시점을 통찰한다. 송태욱 옮김. 자음과모음ㆍ288쪽ㆍ1만3,500원. 야전과>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지성인의 결혼에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지성인의 결혼 / 한넬로레 슐라퍼 지음
정신분석학자 오토 그로스, 사회학자 막스 베버, 철학자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등 근현대 서구 담론의 주축이 된 지성인들의 편지, 일기, 자서전, 문학작품 등을 통해 이들의 결혼관과 결혼생활을 소개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결혼생활을 실험했으며, 그 과정에서 인간적 갈등을 경험했고, 이 경험을 작품으로 썼다는 것. 지성인들의 유려한 글 뒤에 숨은 결혼 실상을 보면, 그들 삶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독일철학자 카이절링의 성찰을 빌려 '부부관계는 절대로 융합될 수 없는 두 개의 독립된 초점이 존재하는 타원형의 영역이며 서로간의 배려, 이해, 신뢰, 공동의 관심사, 여성의 교육과 직업활동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선형 옮김. 문예중앙ㆍ328쪽ㆍ1만5,000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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