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은 원전에 대해 절대 나쁜 말을 하지 않아요. 지난해 3ㆍ11 대지진 이후 부정확한 소문만 떠돌아 제대로 된 정보를 영화로 퍼뜨리고 싶었습니다.”
‘러브레터’, ‘4월 이야기’ 등 서정적인 영화들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이와이 순지 감독이 지난해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3ㆍ11: 이와이 순지와 친구들’로 9일 개막한 제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찾았다.
10일 오후 서울 한강로 영화제 행사장에서 만난 그는 “이 영화 연출은 제 시민활동의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지난해 쓰나미와 원전 사고 피해를 입은 센다이 출신으로 “친구와 친척들이 잘 있는지 궁금해 고향을 찾았다가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는 이와이 감독이 평소 알고 지내던 유명 환경운동가와 에너지 학자 등을 만나 원전의 위험성과 탈원전의 필요성을 듣는 모습을 담았다. 자극적인 영상과 메시지를 강요하는 편집 대신 강의를 듣는 듯한 형식을 통해 대중이 잘 모르는 원전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와이 감독은 “제 다큐멘터리는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이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 뒤 원전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그의 입장은 단호했다. “원전은 피해만 낳을 뿐인 비인도적인 발전방식이고, 원전이 가져올 공포는 어디서든 현실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일본이란 나라는 30%가량 죽어 있는데 모든 걸 좋게만 생각하려는 나쁜 국민성 때문에 (많은 국민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정치권은 (후쿠시마 사고가)예상 밖이었다고 말하는데 세계 어디서든 예상 밖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지진이 드물지라도 한국도 일본의 이 유감스런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이와이 감독은 “대지진을 계기로 딱히 절망을 했다기보다 지진을 물리적인 위협으로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치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놓여 있는 것과 같은 단계에 들어간 것”이라는 말로 일본이 처한 상황을 해석하기도 했다.
“저 같은 창작자는 사회에서 탄광 속에 산소가 얼마나 있는지 전하는 카나리아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잘못된 현실에) 침묵하는 창작자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