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은 백내장 수술이다. 그런데 많은 환자들이 여전히 정확한 정보 없이 잘 모르고 받는 수술이기도 하다. 백내장 수술은 뿌얘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끼워 넣는다. 4, 5년 전까지만 해도 난시나 노안이 있어도 삽입하는 인공수정체는 거의 같은 걸 썼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인공수정체 종류도 점점 많아지고, 수술 방법도 갈수록 세분화하는 추세다. 덕분에 백내장 환자는 자신의 눈 상태에 따라 맞춤형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어떤 인공수정체를 쓰느냐에 따라 수술 후 삶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수치상의 시력회복서 한발 더
수정체는 눈에서 카메라로 치면 렌즈다. 빛을 굴절시켜 눈에서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에 상을 맺히게 한다. 원래 투명하던 수정체는 나이가 들면서 뿌얘진다. 심해지면 시야가 항상 안개가 끼어 있는 것처럼 흐릿하게 보이게 된다. 이런 증상이 바로 백내장이다.
과거 백내장 수술은 단순히 교정시력을 회복하는 게 목적이었다. 대부분 환자 개개인의 눈 상태와 관계 없이 구면 인공수정체를 넣었다. 구면 인공수정체는 중심부와 주변부의 굽은 정도(곡률)가 일정하다. 여러 방향으로 들어온 빛이 이 수정체를 통과하면 망막의 한 점에 정확하게 모이지 않는다. 빛이 분산되는 것이다. 때문에 시력이 수치로는 회복됐어도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력검사 판에서 1.0에 해당하는 글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약간 번져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게 비구면 인공수정체다. 중심부와 주변부의 곡률을 다르게 만들어 수정체를 통과하는 빛이 정확히 망막 위 한 점에 모이도록 했다. 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은 "비구면 인공수정체는 구면보다 실제 사람 수정체와 더 비슷한 구조"라며 "낮에 하는 일상생활에선 빛 번짐이나 눈부심 같은 미세한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야간운전처럼 광량이 적을 땐 비구면 인공수정체가 시력의 질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비구면 인공수정체 사용이 느는 추세라고 최 원장은 덧붙였다.
난시 방향 따라 달리 수술
난시가 있는 사람은 백내장 수술에 좀더 유의해야 한다. 아무 인공수정체나 넣으면 수술 후 난시 안경을 따로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요즘은 비구면이면서 난시 교정이 가능한 인공수정체가 별도로 나온다. 보통 안경 도수 단위 기준으로 1.5디옵터 이상인 백내장 환자에게는 이 같은 난시 교정용 인공수정체를 고려한다.
난시 교정용 인공수정체로 백내장 수술을 받을 때는 수술 전 난시의 방향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난시 방향이 위아래면 물체의 상이 위아래로, 방향이 양 옆이면 물체가 왼쪽 오른쪽으로 퍼져 보인다. 최 원장은 "백내장 수술로 인공수정체를 넣을 때 눈동자와 흰자 사이(각막 윤부)를 째는데, 난시가 위아래 방향이면 보통 각막 윤부의 윗부분을, 양 옆이면 왼쪽이나 오른쪽을 절개한다"며 "수술 후 오차가 적은 결과를 얻으려면 숙련된 전문의에게 수술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멀리도 보고 가까이도 보고
가까운 물체를 볼 때 수정체는 두꺼워진다. 여길 통과한 빛은 수정체와 가까운 곳에 모여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물체의 상이 망막 앞쪽에 맺힌다. 반대로 멀리 볼 땐 수정체가 얇아져 상이 망막 뒤에 맺힌다. 나이가 들면 수정체가 점점 단단해지면서 이 같은 거리 조절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이게 바로 노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안과 백내장이 함께 오면 골칫거리였다. 백내장 수술에 쓰는 인공수정체는 플라스틱(아크릴)으로 만든다. 사람 수정체처럼 늘었다 줄었다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먼 거리나 가까운 거리 중 한 쪽에만 초점을 맞춰야 했다(단초점). 근거리에 초점을 맞추면 수술 후 근시 안경을 써야 했고, 원거리에 초점을 맞추면 돋보기를 사용해야 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노안 교정용 인공수정체가 나왔다. 비구면 인공수정체 구조를 계단식으로 깎아 중심부로 들어오는 빛은 초점이 앞에, 주변부로 들어오는 빛은 초점이 뒤에 맺히도록 설계됐다(다초점). 가까이 볼 땐 중심부, 멀리 볼 땐 주변부의 빛을 이용하는 것이다. 수술 후 돋보기 없이도 신문 글씨 정도는 볼 수 있다. 단 노안 교정용 인공수정체를 넣을 땐 다른 백내장 수술보다 각막 윤부를 덜 째야 한다. 수술 후 난시가 생기는 걸 줄이기 위해서다. 그만큼 숙련도가 필요하다.
난시가 심한 경우, 녹내장이나 망막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노안 교정용 인공수정체를 쓰지 않는 게 좋다. 난시 때문에 노안 교정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망막 기능이 안 좋은 상태에선 노안 교정을 해도 시력이 제대로 안 나올 수 있다. 최 원장은 "노안 교정용 인공수정체 수술 전엔 눈의 미세한 구조나 난시 정도를 특히 정밀히 측정해야 하는데,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교정술을 받은 눈은 오차가 생길 수 있어 노안 교정용보다는 일반적인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