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부동산 업계가 줄곧 요구해 온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 완화 방안이 5ㆍ10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DTI 완화는 ‘돈을 더 빌려줄 테니 집을 사라’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가계빚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DTI 완화를 요구하는 배경은 이렇다. 대출 규제 탓에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수요가 사라졌으니, 이를 완화해 경기를 살리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고통을 겪는 부동산 중개업소, 이사 및 인테리어 업체 등의 숨통도 트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DTI는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대출자 개인을 보호할 뿐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되는 가계부채와도 연관이 깊다”며 “앞으로도 부동산 정책으로서의 DTI 완화는 가능하지 않고, 논의할 생각도 없다”고 못박았다. DTI는 부동산 시장 여건에 따라 풀었다가 죌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가계빚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위험 요인으로 지목할 정도로 심각하다. 2003년 465조원에서 작년 말 913조원으로 10년 새 2배나 폭증했는데, 특히 2005년 이후 부동산 경기 과열을 틈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도 DTI 완화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ㆍ금융정책연구부장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가계빚 증가세가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DTI 완화는 부적절하다”며 “DTI 등의 금융감독 지표는 원칙적으로 거시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경기와 무관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DTI란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부채의 연간 이자 상환액의 합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 예컨대 DTI가 50%라면 매년 내야 할 대출원리금과 기존 부채 이자가 연간 소득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대출한도를 규제하는 것이다. 그간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 40%, 그 외 서울 50%, 수도권 60%의 DTI가 적용됐으나, 이번 대책으로 투기지역에서 해제된 강남3구에는 15일부터 DTI 50%가 적용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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