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청 50주년을 맞은 농촌진흥청의 어깨가 무겁다. 우리나라 농업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이 최근 협상 개시가 선언됐고 한미 FTA도 3월 15일에 발효됐다. 또 한유럽연합(EU) FTA도 지난해 7월 1일 발효되는 등 농업 경쟁력이 우리나라보다 앞선 국가들과 FTA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집무실에서 만난 박현출(사진) 농촌진흥청장은 이와 관련 "지금 우리나라 농업이 중대 기로에 서 있는 건 맞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농업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기회이며 그런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청장이 생각하는 FTA 대비의 핵심은 농업 생산비를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청장은 "한우는 육질을 점진적으로 개량해 품질 고급화를 이뤄내 수입산과 경쟁하고 배합사료 대신 조사료(볏짚 등 농산물 부산물을 활용해 만든 가축 사료)를 활용해 생산비를 낮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양돈산업은 낙후된 축사를 현대화하는 등 10년 내 미국, 네덜란드와 경쟁이 되도록 현대적 경영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청장은 양돈 강국인 네덜란드의 MSY(어미돼지 한 마리가 1년간 생산한 돼지 중 출하될 때까지 생존한 마리 수)가 24.4마리인 반면 우리나라는 16.6마리에 그친다며 국내 양돈농가의 경쟁력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 또한 그는 "시설투자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인적 능력"이라며 "농촌진흥청이 인적 능력을 키우고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해 정부는 농촌진흥청의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지난해 3,980억원보다 346억원 늘린 4,326억원을 배정했다.
박 청장은 중국의 고급 농산물 시장개척도 강조했다. 박 청장은 "한중일 3국은 멀지 않은 장래에 단일시장이 될 것을 예상되는 만큼 고소득층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고급 농산물 시장을 뚫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문도 열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한중 FTA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청장은 앞으로 10∼15년이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좌우할 시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 청장은 "이 기간 우리나라 농업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수출 및 서비스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채소와 화훼류도 부가가치가 높아 우리가 공을 들여야 할 분야"라고 덧붙였다. 박 청장은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과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31일 농촌진흥청장으로 부임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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