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55ㆍ구속) 미래저축은행장이 별장으로 이용하던 충남 아산시 외암민속마을 내 건재고택(建齋古宅ㆍ중요민속문화재 제233호)이 경매 시장에서조차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고택 소유주인 미래저축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감정가 47억4,284만원의 고택을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경매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첫 경매에서 유찰돼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외암민속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건재고택은 조선 후기 성리학자 외암 이간(1677~1727)의 생가다. 후손인 건재 이상익(1848~1897)이 고종 6년(1869)에 현재의 모습으로 증축해 건재고택으로 불리며, 그가 영암군수를 지냈기 때문에 '영암집'으로 불리기도 한다. 4,433㎡의 터에 문간채, 사랑채, 안채, 광, 곳간, 가묘가 있고 돌담을 두른 사대부 가옥의 원형을 갖추고 있다. 1998년에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외암민속마을은 조선시대 양반과 서민이 살던 가옥 67채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대부분의 가옥에서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어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미래저축은행은 지난해 경매를 통해 건재고택을 매입했다. 그러나 소유권 이전 과정이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2006년 건재의 후손인 고 이준경 전 외암리민속보존회장은 아들에게 고택을 증여했다. 이씨는 증여에 앞서 고택을 미래저축은행에 근저당 잡히고 사업자금 수십억원을 빌려 쓴 상태였다. 아들 이씨는 부채의 상환이 어렵자 2009년 고택의 소유권을 김찬경 회장의 아들에게 넘겼다. 그런데 김 회장의 아들은 지난해 6월 합의(소유권 등기) 해제 형식으로 고택의 소유권을 다시 이씨에게 돌려줬고, 채권자인 미래저축은행은 법원 경매를 통해 고택의 소유권을 확보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경매에서도 건재고택은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택의 일부 부속건물이 타인 소유이고, 고택 실소유자는 김찬경 회장으로 알려져 낙찰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회장 일가는 외암민속마을 내에 건재고택 외에도 가옥 3채 10동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평소 건재고택을 별장으로 이용하면서 은행 직원이나 외부인사를 불러들인 뒤 술판을 벌여 문화재 사유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달 7일 김 회장이 서울에서 내려와 건재고택에 주차해둔 차량에 숨겼던 56억원의 비자금을 별장관리인에게 도난 당했다는 의혹도 최근 불거졌다.
아산=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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