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은 세계공정무역기구(WFTO)가 정한 ‘공정무역의 날’. 단순 원조가 아닌 무역을 통해 가난한 생산자들에게 노동의 대가가 공정하게 돌아가도록 돕는 개념이 공정무역이다. 이런 일종의 사회적 기업ㆍ소비 운동을 벌이는 업체와 가계 7곳이 서울 덕수궁 인근 등에서 공정무역의 날 행사를 마련한다. 행사에서는 공정무역 관련 사진물을 전시하고 직접 만든 물품도 판매하게 된다.
이미영(45)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대표는 국내에 공정무역을 처음 도입한 인물로 꼽힌다. 2007년 공정무역을 지향한 패션브랜드 ‘그루’를 론칭했으며,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공정무역의 날’을 사흘 앞둔 9일 이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정무역의 공공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제품을 소개해 그 가치를 생활 속에서 체험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가 패션을 주제로 한 공정무역 브랜드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1990년대에 환경과 여성 관련 시민운동을 하면서부터였다. “빈곤과 환경오염의 가장 큰 피해자가 여성이에요. 제3세계에서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자들을 대신해 여성과 아이들이 의식주를 떠맡고 있잖아요. 기존의 질서 안에서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알게 된 게 공정무역이었죠.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패션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는 “커피나 카카오 농사에 비해 의류와 생활 용품을 만드는 일이 여성에게 훨씬 수월하다”며 “언어와 문화는 제 각각이지만 옷감을 만들고 염색, 재봉을 거치는 과정은 통역이 필요 없는 만국 공통어라 여성들의 적응이 빨랐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런 여성들에게 노력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그는 제품 자체에도 신경을 썼다. 상품의 질이 뛰어나야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통 직조 기술을 쓰고 친환경적인 소재를 썼어요. 생산량이 적고 품은 많이 들었지만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지요.”
이 대표가 만든 제품은 입소문을 타면서 단골도 늘었다. 그는 “최근 2~3년 사이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패션 분야에서도 공정무역 제품에 대한 선호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불만도 있다. “공정무역 인증 마크가 찍힌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곳은 많아졌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은 드물어요. 영국의 경우 작은 시골 마을에 가도 공정무역 가게가 있는 데 비해 서울에는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7군데 밖에 없어요. 식품, 패션, 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정무역 제품이 만들어지고 이를 판매하는 곳도 속속 생겨나야 합니다.”
글ㆍ사진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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