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 55㎞의 남중국해 산호초 섬인 황옌다오(黃巖島·스카보러 섬)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는 9일 사설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마찰이 한달 넘게 이어지는데도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전했다. 런민일보도 "참고 참아 참을 수 없다면,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고 호전적인 논조를 드러냈다. 관영 매체들의 이런 보도는 필리핀과의 일전(一戰)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중국은 상륙훈련을 하고 전함을 집결시키는 등 무력 시위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남해함대 소속 부대는 최근 전투기, 대형 함정, 쾌속 상륙정 등을 동원한 입체적인 해상상륙 훈련을 벌였다. 훈련에는 상륙함 부대, 해군 육상전투 여단, 해군 항공병단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6일에는 태평양에 미사일 구축함 2척과 미사일 호위함 2척, 대형 상륙함 1척 등의 선단을 집결시킨 바 있다.
중국의 무력시위 수위가 높아지면서 반 중국 시위도 확산되고 있다. 11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를 비롯, 미국 워싱턴과 뉴욕, 일본 도쿄, 이탈리아 로마 등 전세계 주요 도시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황옌다오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반 중국 시위가 준비되고 있다고 중국 CCTV와 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시위에는 필리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물론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1,200만명의 필리핀 교민들이 총동원될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은 황옌다오 사태가 불거진 이후 마닐라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몇 차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시위 예고에 따라 중국 외교부는 이날 주 필리핀 대사관을 통해 대사관 직원은 물론, 중국투자 기업 임직원과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긴급통지문을 발표했다. 외교부는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나갈 때는 여러 명이 같이 다니며, 시위대와 부닥치면 길을 우회할 것 등을 당부했다.
중국과 필리핀이 모두 각국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는 황옌다오 해역에선 지난달초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려는 필리핀 해경선과 어선을 보호하려는 중국 어정선이 대치하면서 긴장 상태가 한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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