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역 인근 카페에서 시 쓰는 선배 언니와 만나기로 했다. 늘 바쁜 척하느라 긴 만남을 가지지 못한 미안함에 약속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하게끔 출발을 했다. 언니를 기다리는 동안 오롯이 언니만을 떠올려보자, 이 발상을 언니에 대한 나만의 보속으로 삼고자 작정한 연유이기도 했다.
처음 언니와 나를 이어준 건 고양이 두 마리였다. 누군가 키울 수 없게 된 그 녀석들을 이 사람 저 사람을 통하다가 결국 내가 넘겨받게 되었던 것이다. 늦은 밤 내 집에 들른 언니의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우르르 쏟아지던 밤 식빵이며 사과며 꽤나 많던 각종 화장품에 향수 샘플이라니.
선물이라면 백화점에서 작정하고 골라 리본 묶은 네모상자로만 알던 나는 그 앞에서 절로 벌어진 수국처럼 환히 웃었더랬다. 서로의 시는 봐왔으나 서로의 얼굴은 봐온 적 없는 우리는 그로부터 언니는 늘 주는 사람, 나는 늘 받는 사람으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집에 들른 내게 아끼던 청바지며 입고 있던 티셔츠며 가보처럼 여기던 고양이 티스푼 세트를 진작 주지 못했다며 안달하던 언니.
아무런 작정 없고 그 어떤 목적 없이 누군가에게 향하는 그 마음의 순정이 아름답다는 걸 알려준 언니 덕에 나도 가끔 간식거리로 사다 둔 땅콩봉지나 말린 문어다리를 필자들에게 보낼 택배 박스에 넣곤 한다. 역시나, 군밤 안고 온 언니. 글쎄, 한 봉지를 언니 앞에서 혼자 다 까먹고 있는 나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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