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56)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충남 아산시 산양리에 위치한 시가 2,000억원 규모의 ‘아름다운 골프장&리조트’를 사실상 소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2009년 10월 영업을 시작한 이 골프장의 소유권을 숨기기 위해 15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동원했으며, 이 과정에서 차명대출 및 신용공여한도 위반 등 각종 불법을 통해 고객 예금 1,500억원을 빼돌렸다.
9일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08년 6월 중견 건설사 D사의 K모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소유한 ㈜고월을 인수했다. 고월은 아름다운 골프장 건설 및 운영업체로, 미래저축은행이 지분 9.9%를 소유했다. 이 곳 대표이사는 김 회장의 친구로 알려진 소동기 법무법인 ‘보나’ 대표다. 소 대표는 지난해 한 언론에 아름다운 골프장을 김 회장과 함께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고월이 김 회장 소유라는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골프장이 자기 소유임을 숨기기 위해 교묘한 방법을 동원했다. 우선 그는 차명으로 P사와 S사 등 SPC를 세워 K 회장 등이 보유한 고월의 지분 100%를 330억원에 사들였다. 고월을 공동지배하는 P사와 S사는 각각의 회사지만, 대표이사는 김모씨로 동일하다. 김씨는 고월의 등기이사로 돼 있다. 김 회장은 골프장 건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P사와 S사에 불법 대출을 해줬으며, 고월은 공동지배회사인 두 회사로부터 단기차입금 등의 형식으로 자금을 가져다 썼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김 회장이 골프장을 소유하기 위해 만든 SPC는 15개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2010년 3월 공시된 감사보고서에는 고월이 소동기 대표이사에게서 978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린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변호사인 소 대표가 부담하기엔 엄청난 거액인 만큼 김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지원했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본보는 소 대표와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름다운 골프장을 둘러싼 얽히고 설킨 소유 구조는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만간 소 대표 등 고월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한편, 최근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아름다운 골프장의 매각대금 용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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