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탁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은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가진 인터뷰에서 "핵 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싼 이란과의 긴장 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이 어려움에 빠질 경우 중동으로 자동차를 보내는 길을 바꾸는 비상 계획을 세워 놓았다"고 밝혔다.
그 동안 현대ㆍ기아차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쪽 지역과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페르시아만 동쪽 국가들에 수출할 때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이란이 해협 봉쇄를 실행할 경우 수출길이 막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측이 마련한 플랜 B는 우선 홍해를 비롯한 다른 바닷길을 통해 인근 지역으로 보낸 다음 육로를 통해 목적지로 보낸다는 것. 이 경우 걸프만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고 추가 물류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 입장에서는 중동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이들 회사가 지난해 국내에서 중동 지역으로 보낸 수출 물량은 현대차 약 25만5,000대, 기아차 약 18만2,000대 등 총 43만7,000대 정도인데, 이는 국내 전체 수출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에쿠스, 제네시스, 그랜저 등 이익이 많이 남는 고급차들이 많이 팔리는 지역이다. 때문에 비용이 들더라도 대체 항로를 개척해 수출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란 사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먼저 지난해 11월부터 대 이란 공식 수출을 멈춘 데 이어, 독일의 고급차 브랜드 '포르쉐'도 지난달부터 이란에 대한 사업을 중단했다.
미국의 폭스뉴스는 "자동차 회사들 모두 미국의 반(反) 이란단체 압력 때문에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란감시기구'의 관계자는 "닛산과 푸조 등 우리 경고를 무시한 회사들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닛산은 내년부터 10년 동안 10억 달러어치 미니밴 'NV200'을 미국 뉴욕시 공용 택시로 독점 공급하는데, 이들 단체들은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닛산은 이에 대해 "이란의 수입업자를 통해 일부 차량이 판매 되고 있을 뿐 공식 지사를 통한 비즈니스는 없다"면서 "우리는 미국 및 다른 나라들의 수출 방침을 최대한 따르겠다"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