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공장을 해체하며 석면 비산(飛散) 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아 문제가 됐던 경기 수원시 권선구 KCC 수원공장이 부지에 매립된 5만톤의 석면폐기물 처리도 부실해 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8일 "석면폐기물 처리작업 중인 현장을 조사한 결과 비산방지조치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KCC는 3월부터 부지 지하에 매립된 석면폐기물을 파내 토양과 폐기물을 선별한 뒤 폐기물은 지정된 처리장으로 옮겨 매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 작업이 완전히 공개된 외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작업자들도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석면폐기물을 가득 실은 트럭에 엉성하게 덮개만 씌워 놓아 트럭이 지나는 길마다 잘게 깨진 폐기물 조각이 떨어져 있고, 아예 덮개조차 씌우지 않은 트럭도 목격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구밀집지역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다수 시민들의 석면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부지 반경 2㎞ 이내에 초중고교가 27개나 있고, 하루 평균 12만명이 이용하는 수원역의 승강장도 불과 44m 거리에 있다. 승강장과 공사 현장 사이에는 가림막도 없어 바람이 불면 고스란히 석면먼지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부지 북쪽 16m 떨어져 있는 서평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놀이터의 미끄럼틀 먼지를 수거해 전문 연구소에 석면 검출을 의뢰한 결과 미량(1% 미만)이나마 석면이 검출돼 어린이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석면은 제조나 사용과정보다 폐기과정에서 잘게 깨지면서 날려 흡입될 우려가 크므로 밀폐차단막을 설치하는 등 안전장치가 매우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석면은 적은 양의 노출로도 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미량이라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즉각적인 공사중단과 비산방지조치 ▦주변지역 석면오염에 대한 정밀조사와 정화대책 ▦현장 작업자와 인근 지역 시민들에 대한 석면노출 건강조사 및 대책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KCC 관계자는 "수원역사 근처는 차량이 많아 평소에도 타이어 분진 등에서 나온 석면이 검출되는 지역"이라며 "인증된 업체를 통해 정식 허가를 받아 국내 처리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면서 최대한 빨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KCC 수원공장은 35년간 국내 최대 석면공장으로 연간 3만3,000톤 가량의 석면을 생산해오다 2009년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되면서 2010년 가동을 멈췄다. 이후 공터로 남겨져 있던 부지에 백화점 건설 계획이 세워지면서 땅 속에 묻혀있던 석면폐기물의 존재가 알려졌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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