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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산업혁명' 출간 제러미 리프킨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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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산업혁명' 출간 제러미 리프킨 내한

입력
2012.05.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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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제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등으로 유명한 제러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신작 <제3차 산업혁명> (민음사 발행) 국내 출간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 기술이 사회구조와 문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한 그의 전작들은 논쟁을 불렀다. 정보와 재생에너지 기술에 바탕해 산업과 경제구조의 거대한 변혁을 그려낸 이번 책도 논란이 일 듯하다.

리프킨 교수는 이 책에서 2000년대 이후 적자생존과 급속한 부의 집중을 초래한 자본주의 경제 패러다임의 종언을 선언했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는 단순한 금융위기가 아닌 2차 산업사회의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화석에너지에 바탕한 경제구조가 지구온난화, 생물권 붕괴, 세계경제 침체 등 갖가지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가 마냥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리프킨은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혁명이 에너지혁명과 결합하면 에너지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경제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와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초래한 새로운 경제체제가 탄생한다는 말이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가격은 낮아지면서 이익은 극대화되는 인터넷처럼 재생에너지 역시 점점 더 많은 나라가 사용할수록 더 낮은 가격의 지속가능한 생산과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경제 모델도 달라진다. 1, 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중앙집중식 대기업이 살아남았다면,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무수히 많은 소규모 기업들이 수평적 협업관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한 중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2'에도 참석하는 리프킨 교수를 7일 만났다.

-'3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산업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모든 건물을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발전소로 바꿔야 한다. 또 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하며, 인터넷처럼 재생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실용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5가지 핵심 축을 통합시키는 것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실수는 각각의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도 별도로 작동시키는 점이다. 시너지 효과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인프라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

-화석에너지 중심의 산업사회 비판은 환경주의자들의 주장과 비슷한데.

"일부 환경주의자들은 화석에너지 중심 산업을 비판하며 아예 산업 이전 시대로 돌아가자고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자, 지속가능하고 분배 가능한 경제로 가자'는 것이다. 지금 세계인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도시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살아가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시민의 힘을 하나로 합해 에너지 민주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과거로 회귀가 아니라 '포스트 산업혁명의 시대'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3차 산업혁명 이후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달라지나.

"모든 사람이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생산, 홍보하는 기업가가 될 수 있다.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은 미션이 바뀔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기술적 노하우를 전달하거나, 작은 네트워크를 하나로 통합하는 등 '취합의 역할'을 할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은 태양열, 풍력, 지열 같은 재생에너지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다.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기술과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데, 결국 선진국만이 가능하고 그 열매도 선진국이 다 따가는 것 아닌가.

"개발도상국들이 변화를 더 빨리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기존의 산업)인프라가 없어서 이전 단계(화석연료 중심의 산업)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술적 노하우다. 기술 이전만 가능하다면 상황은 개도국에 더 유리하다. 지난해 인도의 8만개 기업이 가입한 인도 상공회의소협회가 1년간 3차 산업혁명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해 올 1월 250쪽 분량의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3차 산업혁명의 투자 주체는.

"초기 투자는 반드시 '민관 협력투자'가 돼야 한다. 엄청난 투자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할 수 없다. 3차 산업혁명 정책을 두고 '이 돈을 어디서 끌어오냐'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는 항상 돈을 쓰고, 심지어 경기가 후퇴할 때도 투자를 한다. 이것을 어디에 집중하느냐가 문제다. 낡은 분야에 할 것인지, 새로운 분야에 할 지가 문제다. 프랑스 대선 전 프랑수아 올랑드 당선자를 만난 적 있는데, 그는 사회당이 집권하면 3차 산업혁명을 정부 정책 전략으로 택하겠다고 말했다. 올랑드는 경제 인프라를 위한 투자를 정파와 무관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마찬가지다."

-3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한국의 경쟁력은.

"한국은 3차 산업혁명을 아시아에서 이끌 수 있는 이상적인 위치에 있다. 한국 정부의 녹색성장 비전은 고무적이다. 삼성, 현대도 녹색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이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한국은 성숙한 3차 산업의 구체적인 플랜이 없다. 5가지 핵심 축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도 없다. 독일은 이미 100만개의 미니발전소(태양열 발전 시설을 갖춘 건물)가 있다. 지금 서울에는 몇 개나 있나. 대기업이 녹색산업을 수출하려면 우선 한국 내에서 성공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엔트로피> 를 읽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역사의 진보를 부정하는 회의주의자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상당히 낙관적이다.

"나는 항상 조심스러운 낙관주의자였다. 지금도 낙관하지만, 지금 세대 앞에 놓인 과제는 너무나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이 과제를 수행하지 않으면 100년 안에 정말로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라. 3차 산업혁명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가. 모든 정부, 기업이 자문해야 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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