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국군이 제주 4ㆍ3사건 연루 의혹 민간인 수백여명을 학살한'제주 예비검속 사건' 희생자 유족에게 국가가 92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 이건배)는 8일 홍모씨 등 245명이 "국가의 부당한 살해로 가족을 잃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가족들이 해병대사령부 산하 모슬포 부대 소속 군인들에 의해 적법한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전후 남북분단의 현실 속에서 유족들이 겪었을 명백한 차별과 경제적 궁핍에 대해 국가는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관련 자료 대부분이 소실된데다 당시 생존자가 남아있지 않은 만큼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 "국가가 스스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위원회를 설치해 이들을 희생자로 결정해놓고 다시 말을 바꾸는 것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주 예비검속 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군과 경찰이 사전 작성된 좌익 명부를 바탕으로 4ㆍ3사건 연루 혐의자 200여명을 남제주군 섯알오름 인근 폐탄약고로 끌고 가 총살한 사건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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