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의 공세 속에 멸종 위기에 놓였던 즉석카메라를 한국시장이 소생시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즉석사진기 시장을 형성하며, 제품의 명맥을 이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즉석사진기를 만드는 일본 후지필름이 한국법인의 성공을 통해 본사 차원에서 관련제품을 확대키로 결정했다.
촬영 즉시 사진이 인화되는 즉석사진기는 1948년 세계 최초로 폴라로이드가 상품화했다. 즉석사진기를 ‘폴라로이드 카메라’라고 불렀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폴라로이드는 2008년 사업을 철수했다.
현재 세계 유일의 생산업체는 일본 후지필름. 후지필름 역시 디지털카메라에 치중하면서 즉석사진기 사업철수까지 검토했지만 한국 시장 덕분에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 졌다.
이와 관련, 한국후지필름은 남성 일변도였던 고객 타깃을 20~30대 여성으로 바꾸고 즉석사진기를 액세서리같은 팬시상품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본사에 냈다. 디자인도 여성취향으로 둥글게 바꾸고 핑크색과 헬로키티 등 다양한 캐릭터를 도입했다. 흰 바탕 일색인 필름에도 다양한 캐릭터와 색깔을 집어넣었다. 판매점도 카메라용품점 대신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같은 대형서점과 대학로 액세서리판매점, 롯데마트 등으로 다변화했다.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어차피 기능이나 사양으론 디지털 카메라와 경쟁이 안 되는 만큼 장난감 개념의 팬시상품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 한국후지필름의 즉석카메라 매출은 연 50% 이상씩 성장해 지난해엔 결국 한국이 세계 최대시장이 됐다. 2004년 30억원에 그치던 매출은 지난해 500억원까지 늘어났으며 올해는 600억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만 판매하는 ‘코리아 한정판’이 이베이 등을 통해 해외에서도 거래될 만큼 인기가 높다.
한국의 성공에 일본 후지필름 본사도 놀랐다. 일본 본사는 지난해 전세계 지사장들을 모아놓고 한국후지필름의 즉석사진기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발표했다. 아울러 철수까지 검토했던 즉석사진기 사업을 전세계에 확대하기로 하고 최근 한국식 사업방식을 우선 중국에 적용했다.
일본 후지필름은 한국, 일본, 중국의 3국 합작 방식 모델을 도입했다. 일본이 기기 설계를 하고 한국이 디자인을 맡으며 중국이 제조하는 방식. 기존 명함크기의 필름을 2배로 확대한 와이드 즉석사진기와 뽀로로 캐릭터 및 결혼식 분위기를 살린 필름 등이 모두 한국에서 디자인돼 이달과 다음달 중 출시될 예정이다.
한국발 즉석카메라 돌풍은 중국으로 넘어가, 이젠 중국이 우리나라를 위협할 수준까지 이르렀다.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중국법인이 코리아 한정판을 흉내낸 팬더곰 카메라 등을 내놓으며 추격하고 있어 빠르면 올해 말 중국이 한국을 앞지르고 전세계 1위 시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