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요?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도 남북한 간 긴장 완화가 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관광분야의 석학으로 알려진 러셀 브레일리(58) 미국 조지메이슨대 레크레이션관광학부 교수가 8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K팝 등 세계 각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 소식으로 한국인들이 고무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냉정하게 말하면 밖에서 보는 한류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K팝과 같은 한류로 촉발되기보다는 남북한 긴장 상황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브레일리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의 관광 관련 정책 컨설팅과 도시 관광행정 자문을 맡고 있다.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의 초청으로 처음 방한한 그는 9일부터 19일까지 한국의 예비 관광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특강한다. 포인트는 관광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의 관광정책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는 대체 무엇일까. 브레일리 교수는 주저 없이 “긴장감”이라고 했다.
“CNN 등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한국 소식은 대부분 북한과 연관돼서 나와요.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사일 사정권이 원으로 표시가 되고 핵실험 운운하는 소식이 대부분이다 보니 한류가 북미 지역에 어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이 때문에 북미 지역에서는 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모험여행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 등 동남아 중심으로 해외서 한해 1,000만명이 한국을 찾고 있는 현실과는 사뭇 동떨어진 언급이었다.
그러면서도 돌파구는 있다고 강조했다. 브레일리 교수는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 관광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올림픽과 같은 국제행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5년 전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이 ‘거기가 어디야?’ 였어요. 이후 한ㆍ일월드컵, 세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한국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잖아요. 곧 열릴 여수엑스포,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도 한국이 관광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또 문화 콘텐츠 생산과 확산 노력도 보다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음악을 예로 든 브레일리 교수는 “한국 음악은 서양인들에게 중국이나 일본 음악보다는 귀에 덜 거슬리는 게 사실”이라며 “레게 음악이 북미에 유행할 때 수 많은 젊은이들이 무엇에 홀린 듯 아프리카 자메이카로 떠났던 것처럼 세계인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잠재 능력이 K팝에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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