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으로 긴축 대신 성장을 내세운 프랑수아 올랑드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의 주장이 메아리를 얻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먼저 긴축 완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했던 그는 7일 스위스 취리히대 연설에서 "유럽이 재정적자를 매우 점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며 "재정적자의 급격한 감축은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국가에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로존 국가들이 성장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성장과 긴축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미래를 위한 좋은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스페인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탄력적 대응을 시사했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스페인은 재정적자 감축 목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감축목표 이행 평가와 관련해서는 "해당국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올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3%까지 줄여야 하지만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올랑드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유럽이 채무위기를 극복하려면 긴축과 성장촉진 노력에 균형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랑드가 넘어야 할 산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유럽의 긴축정책을 주도하는 독일을 설득해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랑드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올랑드의 핵심 공약인 EU 신재정협약 재협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랑드는 15일 취임 직후 메르켈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줄다리기를 하겠지만 성장과 긴축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메르켈이 신재정협약 협상 불가론을 재확인한 만큼 성장협약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내달 10, 17일 치러지는 프랑스 총선도 올랑드 성장정책의 시험대다. 사회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정책 집행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하원 다수당은 사르코지가 속한 대중운동연합(UMP)으로 총 577석 중 313석을 차지하고 있다. 6일 발표된 정당 지지율은 사회당 31%, UMP 30%로 박빙이다. 유권자들이 새 대통령이 속한 정당에 다수당의 지위를 주는 경향이 있지만 사회당이 총선에서 패하면 코아바타시옹(동거정부)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1997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도 총선에서 패해 사회당 소속 리오넬 조스팽 총리를 임명해 동거정부를 구성한 바 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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