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경찰관 다섯 명이 파면될 정도로 파장을 몰고 왔던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사건의 피해자들이 다시 빈집털이를 해오다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말까지 수도권 일대 빈집을 돌며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진모(31)씨와 이모(36)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이들이 훔친 금품을 매입한 금은방 주인 김모(59)씨와 이모(36)씨에 대해서도 장물취득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진씨 등은 지난해 11월 경기 의정부시 한 빌라 2층의 출입문 잠금장치를 드라이버로 부수고 들어가 백금다이아반지를 비롯한 235만원 상당의 금품을 가지고 나오는 등 7차례 2,10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계속되는 중에도 절도 범행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씨와 이씨는 지난해 12월 국가배상금으로 각 2,000만원과 1,500만원을 받았고 당시 이들을 조사하던 강력5팀 팀장 성모(42)씨 등 5명은 이 사건으로 징역 1~3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이씨와 진씨는 각각 2010년 12월과 지난해 6월 만기출소 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 9개월 간 범행으로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는 귀금속 8,000만원 상당을 처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범죄 혐의가 확인 된 것은 절도 7건(2,100만원 상당)이다.
지난해 10월 이들의 범죄행각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은밀히 수사에 착수, 지난 4월 이들을 붙잡았다. 이 때부터 진씨 등과 경찰의 지루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진씨 등은 시종 경찰의 폭언을 유도하고 우롱하는 듯한 행각을 벌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진씨 일당은 2009년 양천서에 절도죄로 체포됐으나 조사 과정에서 입에 휴지를 물리고 뒤로 수갑을 채운 채 팔을 꺾어 올리는 일명 '날개꺾기' 등을 당한 사실이 인정되면서 혐의 상당부분을 면책 받았던 전력이 있어 이를 다시 활용해보려는 의도가 섞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진씨 등이 비꼬는 말투로 형사들을 약 올리는 태도를 유지하며 35회 범행을 했다'고 했다가 다시 '배상금으로 귀금속을 사서 되팔았다'고 혐의를 부정하는 등 진술을 수 차례 바꾸기도 했다"며 "범행 장소를 찾는 과정에서 같은 길을 반복해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씨 등은 '고문 피해 후유증으로 조사를 받기 힘드니 야간 조사는 거부하겠다'고 말하는 등 경찰의 추궁을 회피할 요량으로 고문피해 사실도 적절히 써먹었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통상 한 달이면 다 밝혀낼 절도 범죄 7건을 확인하는 데 4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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