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7일 비례대표 부정 경선으로 당권파가 국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았던 상황에 빗대는 발언을 했다가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통합진보당의 한 축으로 친노(親盧) 성향인 국민참여당 출신 인사들과 네티즌들은 "노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정치적 방패로 삼고 있다"면서 "정신 나간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대표단 회의에서 당권파가 '여론 재판' 속에서 고통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3년 전 그 시점을 기억한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떠했을까. 많은 의혹과 여론의 뭇매를 맞으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쉽게 여론의 뭇매에 동조하면 누구나 그 시점에서는 편안했다. 그러나 저는 그 어떤 여론의 공세도 사실로 확인하기 전에는 사실로 믿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앞서 유시민 공동대표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 분이 어떤 연유로 돌아가셨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 저는 그분이 여론 재판을 받을 때 어떤 것도 사실이라고 미리 강조하지 않고 어떻게 변호할지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부정 경선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당권파를 향한 비판 여론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노 전 대통령이 여론 재판을 견디지 못해 막다른 선택을 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언급이다.
이에 대해 친노그룹 특히 국민참여당 출신 인사들이 즉각 반발했다. 국민참여당 출신 핵심 인사는 "이 대표가 당권파 방어를 위해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한 것은 너무 했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은 "어디서 노 전 대통령하고 비교하느냐"며 "더 이상 실망하지 않게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성토했다.
이날 대표단 회의에서는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가 이 공동대표에 맞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공동대표가 노 전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부정 경선 조사보고서 검증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자 유 공동대표는 "이번 위기는 외부의 공격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리 당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심 공동대표는 "당 운영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