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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팔봉비평문학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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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팔봉비평문학상 심사평

입력
2012.05.0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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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심사대상작으로 선정된 평론집은, 김선학의 <문학의 빙하기> (까치 발행), 김수이의 <쓸 수 있거나 쓸 없는> (창비), 오생근의 <위기와 희망> (문학과지성사), 이숭원의 <시 속으로> (서정시학), 한기욱의 <문학의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창비), 황현산의 <잘 표현된 불행> (문예중앙)이었다. 한기욱의 책을 제외하면, 시 평론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평론집들이었다. 소설 평론집의 상대적인 침체는 곧바로 한국소설의 파행에 대한 의혹을 낳았다. 즉 한국소설의 실체와 수준을 궁금해 하는 세계의 눈길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데, 정작 우리 소설은 문학 외적인 사건들을 통해 화젯거리로 변질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시 평론집의 활기는 문화의 변두리로 밀리며 독자로부터 외면당해 온 오랜 소외기간 속에서도 한국시가 시대의 압력에 역동적으로 저항해왔음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증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의 새로움…> 은 오늘의 문학적 논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문학 이념의 실천가로서의 입장과 쓰인 그대로 작품을 읽어보겠다는 허심탄회한 태도가 공존하고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텍스트가 말함으로써 말하지 않은 것, 즉 텍스트의 무의식을 읽어내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쓸 수 있거나…> 는 꼼꼼한 시 읽기와 이론 구성이 공존하는 책이었다. 시읽기의 정치함은 놀랍고 배울 게 많았으나, 저자가 구축하고 있는 이론들은 톱니가 잘 맞물리지 않는 듯이 보였다. <문학의 빙하기> 는 한국문학의 모든 주변을 아우르고 있는 다감한 책이었다. 넓게 싸안다 보니 작품에 대한 깊은 분석을 만날 수는 없었다. <시 속으로> 는 시인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작품에 대한 섬세한 분석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시 연구자로서의 성실성이 두드러진 반면, 한국문학의 현장감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잘 표현된 불행> 은 한국시의 오늘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비평적 활력과 텍스트를 해석해내는 기민한 창안(創案), 그리고 비평가 특유의 화려한 수사가 잘 어우러져 일종의 문학 축제를 펼쳐내고 있었다. 그에 비해, <위기와 희망> 역시 오늘의 한국문학의 문제들에 대한 신중한 성찰과 작품을 복합적으로 읽어내는 깊은 시선, 그리고 저자 특유의 중후한 문체가 잘 어우러져 마당 깊은 문학의 성곽을 건설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불행> 과 <희망> , 두 평론집을 두고 오랫동안 논의를 거듭했으나, 두 분이 쌓은 문학적 공로와 저마다의 방향에서 이루어낸 고유한 비평 세계의 크기를 놓고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오히려 두 분의 공동수상으로 팔봉비평문학상의 명예는 더욱 드높아지게 되리라는 데 공감하였다.

심사위원 김치수 김인환 최원식 정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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