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가 수도 둘레의 원근을 결정짓지 못해 고민하던 어느 날 밤 큰 눈이 내렸다. 그런데 바깥쪽은 눈이 쌓이는데, 안쪽은 곧 녹아 사라졌다. 태조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 눈을 따라 성터를 정하도록 명했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의 성 모양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한양도성의 유래를 이같이 소개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축조한 이래 600여년을 이어져 오다 일제의 탄압과 개발 논리에 밀려 훼손된 한양도성이 제 모습을 찾게 된다.
서울시는 2015년까지 성곽을 복원해 전 구간을 연결하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한양도성 보존ㆍ관리ㆍ활용 종합계획'을 7일 발표했다.
종합계획은 ▦2015년까지 성곽 복원 및 형상화 등으로 전 구간 연결 ▦한양도성 보존ㆍ관리ㆍ활용 마스터플랜 수립 ▦한양도성 전담 관리조직 '한양도성 도감' 신설 ▦한양도성의 체계적 연구와 발전을 위한 박물관 및 연구소 설립 ▦서울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발족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양도성은 조선 태조가 한양 천도 후 1396년 내사산(북쪽 백악산, 서쪽 인왕산, 남쪽 남산, 동쪽 낙산)의 정상과 능선을 따라 총길이 18.6㎞ 규모로 축조된 것으로 백성을 보호하겠다는 민본주의 정신이 반영된 유적이다. 도성의 동서남북에는 유학에서 사람이 갖춰야 할 네 가지 덕목인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를 상징하는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의 4대문을 내고 대문 사이에 4소문을 둬 한양과 전국 8도가 사통팔달한다는 상징성도 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는 근대적 도시계획의 시행이라는 명목으로, 광복 이후에는 도심부 개발과정에서 훼손되는 등 수난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양도성 복원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현재 12.3㎞의 복원이 완료된 상태다. 시는 2015년까지 전 구간을 연결하되, 도로개설 등으로 성곽이 단절된 구간은 차량통행 등 도시기능을 유지하면서 도로 상ㆍ하부에 형상화 등을 통해 흔적을 표시하기로 했다. 또 진정성 있는 복원작업을 위해 혜화동 서울시장 공관을 2013년 3월까지 이전하기로 했다. 또한 철저한 고증 없이 복원된 부분도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역사'로 남아있게 할 계획이다.
한편 복원된 한양도성을 관리ㆍ운영하기 위해 전담조직으로 '한양도성 도감'이 신설되고 책임자는 4급 공무원이 맡고 도제조라는 명칭을 부여 받는다. 시는 문화재청과 협조해 사업을 추진하며 327억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한양도성 복원 종합발표'에 직접 나서"가장 나쁜 복원은 성급한 복원"이라며 "자연과 인문학적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진정성과 완전성을 바탕으로 복원ㆍ관리하고, 도시계획 패러다임도 잘 적용해 종합적으로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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