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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팔봉비평문학상 심사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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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팔봉비평문학상 심사경위

입력
2012.05.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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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비평문학상이 23년의 연륜을 쌓아오는 동안 심사위원의 면면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명환, 유종호 선생 등 초창기에 심사를 맡았던 분들로부터 김병익, 염무웅, 김치수 선생 등 그 다음 분들의 세대로 그리고 최근에는 김인환, 최원식, 정과리 선생 등 좀 더 젊은 세대로 심사위원의 주축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제23회 팔봉비평문학상의 심사는 위원장인 김치수 선생을 위시하여 김인환, 최원식, 정과리 선생 네 분이 맡아주었다. 4월 19일의 1차 심사에서 네 분의 심사위원들은 요즘 평론가들이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에 대한 구분을 하지 않는다며 비평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뼈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심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현장평론에 대한 자신들의 감각과 식견을 십분 활용하여 2차 심사에 올릴 대상자를 빠르게 확정지어 나갔다. 지난 1년 동안에 평론집을 간행한 46명의 평론가를 대상으로 비평집의 수준, 심사위원들의 생각, 23년 동안의 관례 등을 종합적으로 적용한 결과 2차 심사 대상에 오른 사람은 김선학, 김수이, 오생근, 이숭원, 한기욱, 황현산 여섯 사람이었다.

4월 29일에 열린 2차심사는 빠른 속도로 결론에 도달한 1차 심사 때와는 달리 최종 결론 앞에서 한없이 시간을 끌었다. 오생근, 황현산, 이숭원 세 분으로 대상을 좁히는 일은 아주 쉽게 이루어졌고, 학문적 성격이 강한 이숭원 선생을 제외하고 오생근, 황현산 두 분을 남기는 일도 어렵지 않게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한 분을 정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 힘들었다.

한 사람의 글이 가진 평이하면서도 중후한 인문적 무게와 다른 한 사람의 글이 가진 날카로운 통찰력과 현장감, 한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친 비평활동을 통해 보여준 뚜렷한 족적과 다른 한 사람이 만년에 접어들면서 보여준 더욱 예리한 비평활동, 이런 사실들 앞에서 한 사람을 선택하기 어려운 난감함을 심사위원들은 때로는 편하게 때로는 어렵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장시간에 걸쳐 견디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땅한 수상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두 사람이라는 데에서 오는 고통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심사위원 한 분이 마치 지나가는 말을 하듯 공동수상이란 말을 중얼거렸고, 그러는 순간 어려운 난제는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결론은 컬럼버스의 달걀처럼 참으로 쉬운 곳에 있었던 것이다.

홍정선 팔봉비평문학상운영위원회 간사ㆍ인하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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