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가요 중 청소년이 들어도 되는 가사의 수준은 어디까지일까. 3월 10대들이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해 경찰에 붙잡힌 이유 중 하나가 청소년유해음반 심의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을 정도로 그 기준은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청소년유해음반으로 선정된 것 대다수는 선정성ㆍ폭력성ㆍ비속어ㆍ유해약물 등에 대한 가사들이었지만 "1%만 잘사네""학교에서 나를 지켜 준 사람은 없어" 등 빈부격차와 학교폭력을 묘사한 가요도 유해음반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동국대 박병식 교수 등이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청소년유해음반 심의사례 분석연구'에 따르면 2009년 6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유해음반으로 결정된 국내곡은 총 1,084건이었다.
이 중에는 "쌓여가는 지식인들의 축적되는 부의 앞에 힘없이 쓰러지는 울고 있는 나의 형제. … 서민경제 파탄 나 빚쟁이만 늘고 대한민국 1%만 잘도 먹고 사네"(까브라더스의 '까브라더스'), "그래 자신해. 학교에선 다신 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을래. 아무도 없었어. 학교에서 나를 지켜준 사람은 없어. … 사회성이 없어 그걸 키워줬어? … 가둬놓고 암기과목 가르치며"(MC한새 '강제주입') 등도 포함됐다. 전자는 '국가와 사회 존립의 기본체제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후자는 '학교교육 등 교육을 왜곡해 교육기풍을 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 가사에는 'X신''듣보잡' 'X까지마'등 비속어 단어도 한두개 포함됐다.
친일파와 친일잔재에 대한 비판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가요도 반어법이 인정되지 않아 청소년유해음반으로 결정됐다. UMC의 '우리가 홀로서기까지'는 "1910년부터 정부의 이름이 총독부로 황제의 명칭이 천황이 돼버렸어. 그것을 거부해 왔던 대신들이 쫓겨나고 너희 조부님한테 승진 기회가 찾아왔어. … 그냥 이름 바꾸고 흰옷을 안 입고 대동아공정을 외치면 되는 거야. 국기가 바뀌고 국어도 바뀌었어. 똑똑하신 할아버님은 쉽게 적응하셨어. 그런데 가끔가다 독립군이란 이름의 이상한 게릴라들이 할아버지를 위협했어"등의 가사가 문제가 됐다. 전체 가사의 맥락상 친일비판 메시지가 분명하지만 '보편 타당한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민족사적 정통성을 훼손했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유해음반으로 결정되는 가장 많은 이유는 선정적 표현, 비속어, 유해약물(술ㆍ담배 포함) 등이지만, 지난해 말 여성부가 술ㆍ담배를 직접적으로 권하지 않는 한 단순 언급은 허용하기로 심의 세칙을 개정함에 따라 술ㆍ담배 언급을 이유로 한 유해음반 건수는 줄어들 전망이다.
보고서는 "유해음반 중에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욕설과 폭력 등이 난무하는 만큼, 몇몇 곡의 문제점을 들어서 청소년 유해음반 심의제도 전부를 문제시해서는 안 된다"며 심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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