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침내 정치적 해방을 성취했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가난과 상실, 고통의 노예로부터 해방시킬 것을 스스로 다짐합니다. 결코 이 아름다운 땅에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는 상황이 다시는 오지 않도록 합시다. 신이여, 아프리카에 은총을 베푸소서."
1994년 5월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들은 넬슨 만델라의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들으며 새로운 세상이 열렸음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백인들만 출입하던 유니언빌딩스 정부청사가 취임식을 통해 민주국가 탄생의 상징으로 등장했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만델라는 딸의 손을 잡고 등장해 부통령에 당선된 클레르크 전 대통령과 대법원장 앞에서 역사적인 취임 선서를 했다.
그 해 4월 만델라가 이끈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다인종 의회 선거에서 전체 유효투표의 62.5%를 넘는 압승을 거두며 342년간 이어졌던 백인통치에 종지부를 찍었다.
흑백차별의 상징이었던 남아공의 비극은 네델란드 이주민인 보어인들의 지배하에 국가가 탄생하면서 시작됐다. 백인들은 흑인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금과 다이아몬드를 채굴했고 임금과 공공혜택의 차별은 45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의해 정당화되며 흑인들의 삶을 더욱 궁핍하게 만들었다.
변호사 출신의 만델라는 이 같은 차별 정책에 맞서 44년 ANC를 창설하고 인권운동에 뛰어든다. 집권 국민당에 맞서 무장 투쟁의 길을 걷던 그는 63년 당국에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 받았고 이로부터 27년 6개월을 감옥에 갇혀 지냈다.
46세의 나이로 로벤 섬에 수감된 만델라는 먼저 채소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묘목을 구해 나무를 심으며 운동을 계속했고 언젠가 찾아 올 자유를 위해 자신의 평화적 투쟁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감옥에서의 생활을 통해 평화의 상징이 된 만델라는 권위 있는 상들을 수상하며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마침내 90년 국제사회의 압박과 흑인들의 보복을 두려워한 백인 정부는 만델라를 석방하고 아파라트헤이트를 철폐하기에 이른다.
석방된 만델라는 이후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했다. 백인 정부와 협상을 벌여 인종 분규를 종식시킨 공로로 93년 클레르크 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5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하며 흑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만델라 이후 3명의 흑인 대통령이 그 뒤를 이었지만 흑백간의 여전한 빈부격차와 높은 실업률은 남아공의 과제로 남아 있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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