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6일(현지시간)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비자를 신청하면 즉시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천 변호사의 미국행 결심을 이끈 숨은 주역인 제롬 코언(81) 뉴욕대 교수는 "천이 이르면 이번 주 뉴욕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변호사 역시 7일 입원 중인 베이징 차오양(朝陽)병원에서 출국 수속을 시작하겠다고 밝혀 그가 곧 미국 유학 길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천 변호사가 상황에 따라 말을 다르게 하고 중국 정부의 출국 허용 문제도 남아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란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NBC방송에 나와 "(천 변호사의) 미래는 미국에 있으며, 뉴욕대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약속대로 출국을 허용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 변호사 문제로 곤혹스런 입장에 처한 미 정부가 사건을 조기 종결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2003년 천 변호사와 처음 만난 이후 멘토 역할을 해온 코언 교수는 "그가 일주일 안에 뉴욕에 온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천 변호사는 지금 중국의 간디"라고 뉴욕포스트에 말했다. 천 변호사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건강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 그리 빨리 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로이터통신에는 중국 당국을 겨냥해 "언제 이 땅을 떠날 수 있을지 알지 못하지만 너무 늦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상반되게 말했다.
그 동안 천 변호사를 둘러싼 국면에는 변화가 많았다. 코언 교수는 7일자 WP 기고문에서 "그런 예기치 못한 일련의 사건 덕분에 천 변호사의 미국행이 결정된 것"이라며 "운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천 변호사가 미 대사관에서 중국 동료나 미 정치인들과 통화했다면 대사관에 머물라는 조언을 받았을 것"이라며 "실제 그랬다면 그는 가족 재회는 물론 유학 준비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코언 교수는 또 "2일 오후까지 중국 정부는 천 변호사 가족의 외국행을 고려하지 않았으나 예상 밖의 사건들이 일어나자 4일 오후 상황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틀 사이 상황을 변화시킨 사건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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