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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추가 퇴출 파장/ 금융지주사·증권사들 "지금은 인수 여력 없다" 입질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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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추가 퇴출 파장/ 금융지주사·증권사들 "지금은 인수 여력 없다" 입질도 안해

입력
2012.05.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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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퇴출된 4개 저축은행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물론 영업정지 조치 후 45일 내 경영정상화를 이루면 영업이 가능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작년처럼 금융지주회사와 증권사들이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데, 현재로선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금융회사들이 대부분 고사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 4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은 2차 구조조정 때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토마토, 제일 등 업계 2, 3위의 저축은행이 시장에 나왔을 때는 “이보다 좋은 매물은 없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외형만 따지면 이번에 퇴출된 저축은행들이 과거 어느 매물보다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솔로몬의 경우 자산규모 5조원에 육박하는 1위 업체인데다 서울에서만 11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 미래 역시 자산규모 2조원 안팎에 달하는 대형사다. 하지만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와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 인수 후보로 꼽히는 금융사들은 잔뜩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특히 가장 유력한 후보군인 금융지주사들은 인수 여력이 없다며 손을 절레절레 흔드는 분위기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 후 조직을 추스르는 상황이라 저축은행인수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2월 출범한) 하나저축은행의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했던 KB금융지주의 임영록 사장도 “지금은 내실을 기해야 할 때”라며 저축은행 추가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평소 “2~3개 저축은행을 추가 인수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밝혔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미 계열사인 우리프라이빗에쿼티가 예보의 가교저축은행인 예솔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어 여력이 없는데다, 정부의 민영화 재개 방침으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신한금융도 올해 1월 출범한 신한저축은행을 정상화시킨 다음에 생각해볼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소극적이다. 키움증권은 이미 삼신저축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한 상태며, 종합 금융그룹을 선언한 메리츠증권은 “아직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금처럼 금융회사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예보의 가교저축은행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 가교저축은행은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보가 잠시 운영하는 저축은행. 예보는 부실 저축은행의 예금과 자산을 이전시켜 관리한 뒤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 예보 관계자는 “가교저축은행이 되기 전이나 그 후라도 부채가 많은 저축은행을 매각하려면 자산이 마이너스 된 부분을 없애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구조조정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자금이 바닥 수준이라는 것. 예보는 지난해 삼화ㆍ부산ㆍ중앙부산ㆍ토마토ㆍ제일 등 16개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15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을 보장해주기 위해 쓴 돈이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조성한 특별계정 15조원을 이미 초과한 셈이다. 예보는 이번에 퇴출된 4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6조원 가량을 더 쏟아 넣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보는 은행권에서 돈을 빌려 부족한 구조조정 자금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들이 은행, 보험, 증권 등에 맡긴 돈을 빼내 쓰겠다는 것으로, 대주주의 부실과 불법을 국민들이 메워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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