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가 넘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이상한 방식으로 깎아서 좀 낮아지긴 했지만….” BIS 비율을 묻는 고객에게 저축은행 창구 직원이 해준 답변이다.
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후 첫 영업일인 7일 오후 1시30분 서울 중구 북창동 진흥저축은행 본점. 이번에 퇴출된 한국저축은행 계열인 이 곳에는 30~40명의 고객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60대 이상인 이들은 저축은행 직원과 파견 나온 예금보험공사 직원을 붙잡고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거냐”, “예금이 5,000만원 이하인데 찾아야 되는 거냐”, “만기가 됐는데 연장을 하는 게 좋으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심모(78)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한국저축은행에 3,000만원씩 넣어뒀다가 이번에 영업정지로 돈이 묶이게 됐다”며 “진흥에도 3,000만원 예금해 뒀는데 불안해서 밤잠을 못 이루다가 서둘러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영업점 직원들은 고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일일이 응대하느라 진땀을 뺐다. 한 직원은 “번호표가 오전에만 200번이 넘어서는 등 고객들이 평소보다 많이 몰리고 있다”며 “대부분 노인 고객들이기 때문에 막연한 동요를 해소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차단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왜곡된 사실로 고객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진흥저축은행은 이번에 BIS 비율이 1% 안팎에 그쳐 경영개선요구까지 받았지만, 직원들은 “작년 말 기준으로 8%를 넘는다”고 얼버무렸다. 어떤 직원은 “이제 한국저축은행 계열사가 아니다”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말만 믿고 만기 예금을 재예치하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다행히 전반적으로 우려했던 뱅크런은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한국저축은행 계열인 경기저축은행 분당지점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루 종일 대기 고객이 3, 4명에 그쳤고, 만기 전에 예금을 해지하는 고객은 아주 간혹 눈에 띄었다.
경영평가위원회 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영업정지를 면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옛 미래2저축은행)도 고객들의 동요는 없었다. 현대스위스 삼성본점 직원은 “그 동안 H저축은행이라고 자꾸 거론되면서 고객들이 불안해 했는데, 영업정지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에 고객들이 불안감에서 완전히 해소됐다”고 말했다.
채정기 인턴기자(숙명여대 일본학과 4년)
김예원 인턴기자(이화여대 영어영문과 4년)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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