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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봉사에 구슬땀 몽골어 세관통역사 어욘씨/ "한국을 더 사랑하려면 언어 장벽 넘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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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봉사에 구슬땀 몽골어 세관통역사 어욘씨/ "한국을 더 사랑하려면 언어 장벽 넘어야죠"

입력
2012.05.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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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처음 왔을 때 '돈 때문에 왔냐'는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어요. 한국을 사랑해서 온 건데도 한국말을 모르니 표현을 못했죠. 낯선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언어 소통이에요. 7년째 한국 생활을 한 제가 한국에 온 몽골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천공항 세관통역사인 어욘 엘델(33)씨는 틈틈이 몽골에서 온 이주여성들을 위해 언어 봉사단체인 'BBB코리아'에서 몽골어 통역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인천공항 세관에서 일하기 전에는 3년동안 성남시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 보조강사로 일했고 NGO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다. 그가 이처럼 언어봉사에 힘을 쏟는 데는 그 역시 몽골 이주여성으로 언어문제로 말 못할 고통을 겪었던 터라 누구보다도 낯선 땅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어려움을 알기 때문이다.

2006년 친 오빠 소개로 몽골에서 만난 한국인 남편과 결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어욘씨.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은 꿈만 같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느낀 소외감은 현실이었다. 그는 "한국에 애정을 갖고 정착하려 해도 한국인 눈엔 '제 3국에서 온 여성'으로 비치기 일쑤였다"고 했다. 혼자 병원에 가는 일도 녹록하지 않았다. 어욘씨는 "처음 한국에 오자마자 감기나 두통으로 잔병치레가 많아 병원을 자주 찾았지만 의사에게 내가 어디가 아픈지 설명할 길이 없을 때마다 무력감만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제가 겪은 고충을 다른 이주여성들은 느끼지 않게 돕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가능한 일이었죠." 그래서 어욘씨는 머리를 싸매고 한국어 공부에 매달렸다. 2008년 결혼 후 어욘씨는 성남시 여성복지회관과 다문화센터에서 열리는 한국어 강의를 1년 간 빠짐없이 들었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개설된 한국어 강좌도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다. "어머니 밥 먹어"라며 높임말조차 구분 못하던 며느리의 학구열에 시어머니도 흐뭇해 했을 정도다.

한국어능력시험 4급(중급)을 딴 지난해 초 어욘씨는 인천공항에서 세관통역사를 모집하는 공모에 응시해 한국말로 면접을 치러 합격했다. 세관에서 일을 하던 중 통역 봉사단체 BBB코리아에서 몽골어 서비스를 추가한다는 공지를 보고 지난해 10월 망설임 없이 참가했다.

7개월째 한국-몽골어 전화 통역봉사 중인 어욘씨는 주당 평균 3~4건의 통역을 부탁 받는다. 주로 경찰서와 병원이다. "4월 말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아기가 심장 수술을 마친 상태인데 의사 말이 '산모가 아이 건강은 아랑곳 않고 웃고만 있다'는 거예요. 정작 엄마와 통화해 보니 '살려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못해 생글생글 웃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땐 눈물이 났어요." 어욘씨는 "언어 장벽 때문에 무책임한 몽골인 엄마로 비칠 수 있었던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 카페 '주한몽골이주여성회'를 만들어 한국에 이주해 온 몽골 여성들을 위한 자녀 공부법, 취직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10년 개설된 이 카페는 현재 700여명의 몽골 이주여성들이 가입돼 있다.

어욘씨는 최근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필리핀 출신 결혼 이주여성 이자스민씨의 예를 들면서 "유명인도 차별을 받는데 하물며 한국어를 못하는 이주민들은 어떻겠냐"며 "내가 통역 봉사를 통해 한국인과 원활한 소통을 도우려 하는 이유도 이런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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