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을 낚고 찍은 기념사진 장면을 한곳에 모아 놓고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봄나들이 나선 사람들 모습은 지난 주말 내 모습이기도 하다. 신문에서, 방안에서, 공원에서, 혹은 스키장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풍경이 두 곳의 전시장에서 펼쳐진다. 두 젊은 작가의 눈으로 포착한 일상의 소소한 면면이 드로잉 혹은 수채화로 종이를 물들였다. 거창한 이론 따위 잠시 잊고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사는 작은 세상을 한번 들여다 보는 건 어떨까.
싱가포르 아파트 창 밖으로 내걸린 형형색색의 빨래, 파란 하늘에 노란 점처럼 박힌 국군의 날 낙하산 행사, 대문 틈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국화까지.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임자혁(36)씨의 '원더 월드' 전은 꼬불꼬불 이어지는 골목길처럼 생기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정교한 드로잉과 강렬한 색종이를 오려 붙인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풍경이 40여 점 그림 속에 자리했다. 세상에서 채집한 익숙한 이미지를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화폭에 시적이면서도 동화같은 아기자기함이 펼쳐진다. 작가 남편의 피로한 얼굴이 떠오른다는 벗겨진 양말과 붉은색 보도블록 틈에서 피어난 꽃 한 송이도 지루한 일상을 산뜻하게 깨운다. (02)730-7817
"조나단 브롭스키의 '망치질 하는 사람'이 과거 노동 중심 사회를 의미했다면 2000년대는 여가 중심의 사회가 아닌가 싶어요. 전 그런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도시인의 라이프 스타일 풍경을 회화, 드로잉, 영상 등으로 보여주는 이상원(34)씨의 '공간, 색, 움직임'전이 서울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린다. 이씨는 훌라후프 운동과 공원 산책, 자전거 타기 등 보통 사람들이 흔히 하는 여가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에겐 눈, 코, 입이 없다. 얼핏 자유롭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획일적이고 개성이 없는 여가 활동을 작가는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걷기, 뛰기, 줄넘기 등 6개의 동작에 각각 30~40개 이미지를 이어 붙인 4분짜리 애니메이션은 틀에 박힌 여가 생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02)720-5789
이인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