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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알선수재 혐의 구속 수감/ 잇단 비리 연루 의혹 피해온 '왕차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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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알선수재 혐의 구속 수감/ 잇단 비리 연루 의혹 피해온 '왕차관' 결국…

입력
2012.05.06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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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王) 차관'으로 불리며 이명박 정권 실세 중의 실세로 위세를 떨쳤던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결국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1억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전 차관에 대해 7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차관은 영장이 발부된 후 이날 밤 11시30분쯤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만 말한 뒤 서울구치소로 가는 차량에 올랐다.

이에 따라 파이시티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 파이시티 이 전 대표가 건네준 돈을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전달하는 브로커 역할을 한 건설사 대표 이동율(60)씨, 이씨의 운전기사 최모(44)씨 등 모두 4명으로 늘어났다.

법원은 이날 파이시티 이 전 대표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박 전 차관과 함께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자진 귀국 후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점에 비춰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이 전 대표로부터 2005~2007년 1억7,000여만원을 받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을 소개하거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게 파이시티 인허가 진행상황을 묻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전 대표로부터 박 전 차관에게 2005~2006년 2,000만~3,000만원씩을 서너 차례 건넸고 2006~2007년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1,000만원씩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제이엔테크 이동조(59) 회장과 D은행 직원을 거쳐 박 전 차관에게 수표 2,000만원이 흘러간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의 구속은 그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CNK 주가조작 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 빠짐없이 연루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피해 갔던 그가 결국 수사망에 걸려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박 전 차관 개인은 물론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외쳤던 이명박 정권에도 큰 오점을 남기게 된 것이다.

지난 4일에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역시 파이시티 사건으로 구속됐다. 앞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 현 정권 들어 실세로 불린 이들이 SLS그룹 사건, 저축은행 사건 등으로 줄줄이 구속됐다.

하지만 검찰은 "구속이 수사의 끝은 아니다"라며 박 전 차관에 대해 수사 강도를 한층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일단 박 전 차관의 파이시티 관련 추가 금품 수수 여부,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불법 정치자금 등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검찰은 박 전 차관과 관련된 수상한 돈의 흐름을 상당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의 형이 관리하는 계좌로 뭉칫돈이 입출금된 흔적이 발견된 것이 그 하나다.

특히 박 전 차관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세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이 주목되는 인물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박 전 차관에 대한 압수수색 직전에 중극으로 출국해 사실상 도피 중이다.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는다면 박 전 차관의 비자금 내역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검찰은 또 박 전 차관이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황과 단서가 나온다면 당연히 살펴볼 것"이라며 수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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