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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1,500원짜리 삼겹살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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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1,500원짜리 삼겹살 정체는?

입력
2012.05.0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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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가격이 1,500~2,000원인 대패삼겹살 식당이 장기 불황으로 지갑이 홀쭉해진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다. 게다가 원산지도 수입산이 아닌 ‘국내산 암퇘지’로 표시돼 있다. 반가운 마음에 식당을 찾다가도 ‘이웃 삼겹살집에서는 보통 1인분에 8,000~1만원을 받는데, 아무리 박리다매를 한다 해도 이 가격을 받아서 이익을 낼 수 있을까?’라 의문이 한번쯤은 떠올랐을 것이다. 1인분에 1,500원인 초저가 삼겹살의 정체는 바로 ‘등급 외’판정을 받은 모돈(母豚)이다.

돼지고기 등급은 육질에 따라 1+등급, 1등급, 2등급으로 나뉜다. 그런데 연간 1,100만~1,200만두가 도축되는 돼지고기 중 44만여두가 ‘등급 외’ 판정을 받는다고 6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밝혔다.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돼지고기의 90%는 새끼 출산을 목적으로 키운 모돈이다. 모돈은 한 번 출산 때 보통 13~15마리의 새끼를 낳고 4, 5번 출산한 뒤 도축된다. 모돈의 육질 등급이 나쁜 이유는 출산을 반복하면서 체 내 영양소가 빠져 나가 육질이 질겨지고 고기 색깔도 짙어지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1,500원짜리 초저가 삼겹살의 주 재료가 바로 값싼 모돈이다. 육가공업자 사이에서는 ‘딱통’으로 불리는데‘그냥 줘도 안 먹는 고기’로 통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모돈을 포함해 등급 외 판정 물량이 저가 삼겹살집이나 뷔페식당으로 유통되고 일부는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 재료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결국 상품가치가 거의 없는 질긴 돼지고기를 씹기 쉽게 얇게 썰어 ‘대패삼겹살’로 포장해 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이 얄팍한 상술은 올해 10월부터 돼지고기 이력세가 시범실시 되면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돼지고기 이력제가 실시되면 사육 단계에서부터 돼지가 이동할 때마다 신고하고 도축시 별도의 12자리 이력번호를 표시해 가공ㆍ포장 후 식육점으로 유통시킬 계획이다. 이력번호 정보에는 사육지, 가공장소, 돼지고기 등급 등이 포함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또 시중의 삼겹살 가게에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가공업체들도 평가원에 이력 정보를 신고하도록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돼지고기가 저가 삼겹살 식당에 흘러가도 소비자가 손 쉽게 돼지고기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영세업체를 포함해 가공업체 100%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일지 여부는 내년 12월 본 사업 실시 전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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