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해 2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전통 한옥 ‘삼청장’을 경호처 소유의 땅과 맞교환해 매입한 것으로 4일 밝혀졌다. 홍 회장은 삼청장을 40억원에 매입했고 이와 맞바꾼 경호처 소유 땅의 감정가는 최소 78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종로구 삼청동 145의20번지에 위치한 삼청장은 해방 후 한때 대한민국 임시정부 부주석 김규식 선생이 거처했던 곳으로 대지 1,544㎡(468평), 건평 294㎡(89평) 규모의 한옥이다. 친일파 민영휘의 막내아들 민규식씨가 1925년 매입했고 2002년 민씨의 후손에게 상속됐지만 세금 체납으로 2008년 국가에 압류됐다.
홍 회장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공매로 내놓은 삼청장을 2009년 2월 40억1,000만원에 낙찰받았다. 한국감정원이 2008년 5월 평가한 삼청장의 감정금액은 78억6,133만원으로, 홍 회장은 감정가의 거의 절반(51.01%) 가격에 삼청장을 매입한 셈이다.
홍 회장은 삼청장을 한식·한복 등 전통문화 보전을 위한 아카데미로 꾸미기 위해 리모델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화·교육시설로 이용되면 불특정 다수가 왕래하기 때문에 경호상 불가피하게 매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복수의 감정평가기관을 통해 삼청장과 경호처 소유 땅을 동시에 평가해 맞교환 했다”며 “경호처 소유 땅 평가액이 좀 많아 홍 회장이 직접 차액을 국고에 귀속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삼청장과 경호처 소유 땅의 평가액 차액은 1억원 미만이었다”며 “구체적 액수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삼청장이 향후 대통령 당선자의 임시 거처로 사용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박 대변인은 “그 용도로 검토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경호와 관련돼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청장의 감정평가액은 최소한 2008년 평가액 78억여원보다는 높고, 최근 삼청동 땅값이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1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앙일보 측은 “북촌과 삼청동에서 전통문화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아름지기 재단’이 전통문화 아카데미로 활용하기 위해 삼청장을 매입한 것”이라며 “원래 매각할 생각이 없었지만 청와대가 경호상 이유로 1년이 넘게 요청해 어쩔 수 없이 매각했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