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어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스테판 에셀, 에드가 모랭 지음ㆍ장소미 옮김/푸른숲 발행ㆍ80쪽ㆍ7000원
지난해 <분노하라> 로 전 세계 젊은이들을 뒤흔든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의 94세 노투사 스테판 에셀과 프랑스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이 함께 정책제안서를 냈다. 이들은 이 책에서 '이제는 편을 가르고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지향해야 할 것과 지양해야 할 것의 리스트를 작성해야 할 때'라며 13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분노하라>
모든 정책을 압축하는 개념은 '웰리빙'(원저에는 bien-vivre)이다. 웰리빙은 '재화의 소유와 안락을 뜻하는 물질적 의미만으로 축소'된 웰빙의 개념을 확장시킨 것으로 '재화의 양이 아닌 삶의 질을 의미'한다. 심리적, 정신적, 도덕적 웰빙까지 추구한 삶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웰리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대를 활성화해야 한다.' 저자는 정신적, 물질적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박애센터와 천재지변 등 위기를 맞은 지역을 다른 국가가 도울 수 있는 박애시민기구 창설을 제안한다.
웰리빙을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재(再)도덕화도 필요하다. '그것은 이윤 우선주의의 후퇴와 연대의 활성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들은 공무원과 의사, 교사, 검사, 정치인 등 사회적 사명을 띤 직업인의 윤리성을 회복시킬 국가윤리위원회 창설을 제안한다. 경제는 다중 개혁전략이 필요하다. 책은 '금융자본주의에 엄격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소수의 절대권력'을 무너뜨리는 한편, 중소기업 장려, 사회연대경제 발전, 공정무역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에게도 건강한 소비 교육을 위한 소비교육프로그램과 상품과 광고를 감시하는 소비사무국이 필요하다.
저자의 이념 성향이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연간 인상률, 최고임금의 연간 인하율을 감시하는 상임위원회가 필요하며, 부자에게는 '재산의 절반 포기를 서약함으로써 새로운 8월 4일 밤(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밤)을 자진해서 만들어 보기 바란다'고 제안하는 대목이다. 교육정책을 논하는 부분에서도 각 학문의 영역을 통합하는 초학제성을 가진 시민으로 교육해, '인지민주주의'(대의민주주의에 반하는 개념으로, 구성원 개개인이 자유롭게 견해를 내놓는 집단 토론을 통해 이룩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자고 말한다.
저자는 이 방안들을 '비판 받고 보완되고 수정되기 위한' 정책이라 말하며 새로운 정치, 우리에게 체념을 떨치고 일어나 다시 살고 싶다는 의지를 주는 '윌 투 리브(will-to-live)' 정치 시대를 열자고 외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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