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과학자가 빚은 디스토피아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EBS 밤 11.30)는 기이한 이미지로 가득한 프랑스 판타지다. 햇살이 한번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화면과 음울하고 절망적인 이야기 전개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수작이다. 외톨이 과학자가 자신의 친구와 가족이 되어줄 생명체로 만든 크랑크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꿈꾸는 능력이 없는 크랑크는 꿈과 젊음을 얻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해 외딴 섬에 감금한다. 장터에서 묘기를 선보이며 생계를 이어가는 차력사 원이 크랑크에게 납치 당한 동생을 찾아나서면서 벌어지는 사연이 이야기의 줄기를 이룬다. 악당을 처치하고 아이들이 풀려난다는 해피엔딩 구조가 좀 평이하게 다가온다.
'델리카트슨 사람들'로 눈길을 끈 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가 공동 연출했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생물 복제 등을 언급하며 과학문명이 만들어낼 디스토피아를 묘사했다. 가족에 대한 새로운 해석, 학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흥미롭다. 원제 'The City Of Lost Children'(1995), 15세 이상.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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